▲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늘(29일)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예상보다 가파른 성장 절벽에 경기 부양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고질적인 내수 부진에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둔화까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으로 분석됩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습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이은 추가 인하 결정입니다.
전례 없는 저성장 위기는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불과 석 달 만에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내년 전망치도 1.8%에서 1.6%로 내렸습니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p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p 떨어뜨린 후 5년 만에 처음입니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지표의 극적인 반등을 기약하기 어려운 가운데 설상가상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험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1% 안팎을 맴도는 것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이번이 처음입니다.
외환위기 때는 1998년 -4.9%에서 이듬해 11.6%로 반등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009년 0.8%에서 이듬해 7.0%로 올랐습니다.
팬데믹 때는 2020년 -0.7%에서 이듬해 4.6%로 회복됐습니다.
구조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강조해온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들도 단기 경기 부양용 금리 인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상 상황에 부닥친 셈입니다.
반면, 지난해 말부터 통화당국의 운신이 폭을 제약해온 환율은 최근 들어 비교적 안정됐습니다.
한때 1,5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아시아 통화 절상 압박 루머 등과 맞물려 1,300원대로 내려온 상황입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1,380원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는 가운데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자본이 유출되고 환율이 뛸 수 있다는 우려를 일부 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고려 사항인 가계부채는 뇌관으로 남은 상태입니다.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여 금리 인하가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한은 안팎에서는 오는 7월 도입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금융당국의 거시 건전성 관리 방안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문제에 발이 묶여 통화당국이 손을 놓고 있기에는 경기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금통위원들의 인식이 짙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석 달 전 예고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지난 2월 금통위원 6명 전원은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시장 관심은 이미 금통위가 오는 7월이나 8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로 넘어가 있습니다.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는 일단 7월 초까지로, 다음 금리 결정 시기를 전후해 관련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 등도 향후 금통위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댓글 아이콘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