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골든돔에 북중러 반발…"글로벌 군비경쟁 다시 불댕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돔' 구축 계획에 중국, 러시아, 북한이 일제히 반발하면서 글로벌 군비경쟁이 가속할 조짐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골든돔' 계획이 미국 본토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무기 기술을 지닌 북·중·러 3개국을 자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골든돔은 '우주 기반 센서 및 요격 무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을 육상, 해상, 우주에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레이저 무기 등이 실린 공격용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띄워 적대국이 발사한 미사일을 상승 혹은 종말 단계에서 격추하는 체계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가 종료되는 2029년 1월 이전에 골든돔을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일 정상회담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주가 무기 배치와 무력 충돌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골든돔 계획을 비판했습니다.

이어 북한도 27일 "우주 핵전쟁 각본"이라며 골든돔 계획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골든돔으로도 막을 수 없는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고 더 많은 핵탄두를 생산하는데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일각에선 골든돔 계획이 강대국 간의 군비경쟁을 심화시켜 오히려 미국을 더욱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핵무기 전문가인 파벨 포드비그 유엔군축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미사일 방어란 신기루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국가가 수백, 수천발의 미사일을 만들도록 몰아가면서 모두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도록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포드비그 연구원은 어떤 형태의 미사일 방어체계도 자국을 겨냥해 발사되는 미사일의 85%를 막아내는 게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미국 의회예산국은 북한 등이 미국 본토를 겨냥해 쏘아올리는 한두발의 미사일을 막아내는 데만 1천기가 넘는 요격 위성이 필요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기존 미사일 방어를 무력화하는 최첨단 미사일과 우주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골든돔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극초음속 무기에서 한발 뒤처져 있다"면서 "최선두에 있는 중국은 2021년 시속 1만5천마일, 즉 음속의 약 19.7배 속도로로 지구를 한바퀴 돈 뒤 다시 중국 내의 목표물을 때리는 미사일을 시험한 바 있다"고 짚었습니다.

푸틴 대통령도 2018년 미국 서해안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 영상과 함께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어떤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막을 수 없는 무기라고 자찬한 바 있습니다.

결국 골든돔 계획은 군비통제의 시대가 끝났고 상호확증파괴가 더는 핵전쟁을 예방하는데 충분한 억지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걸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에 가깝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진단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