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다마스쿠스 게이트 앞에 이스라엘 극우 시위대가 모여 있다.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고 주장하는 '예루살렘의 날'을 맞아 이스라엘 극우 시위대 수천 명이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행진을 벌였다고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구시가지에 조성된 이슬람교도 거주 구역인 무슬림 쿼터에 난입해 문을 연 상점 주인들을 위협하고 히잡을 쓴 여성들에게 침을 뱉는 등 폭력을 일삼았습니다.
주로 젊은 유대인 남성들로 이뤄진 극우 시위대는 "가자는 우리의 것", "아랍인들에게 죽음을" 등 혐오 표현이 적힌 구호를 외치며 구시가지 서쪽 벽인 '통곡의 벽'까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깃발 행진'으로 불리는 이번 행진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에서 동예루살렘 지역을 요르단으로부터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에 이스라엘 극우 세력들이 여는 행사입니다.
이 행진은 매년 참가자들이 무슬림 주민들과 크고 작은 충돌을 빚으며 종종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도화선이 되어왔습니다.
2021년에는 깃발 행진에서 시작된 분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11일 전쟁'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젊은 이스라엘 극우 청년들이 예루살렘 곳곳에 모여 상점과 행인들을 공격했으며, 카페와 서점 등에 난입해 약탈을 벌이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유대교 전통 복장을 한 10대 소년들이 자신의 가게에 들어와 음료를 훔쳐갔다는 한 카페 주인은 이스라엘 경찰에 항의했지만 "가게를 닫지 않으면 보호해줄 수 없다"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정오가 넘어가면서 시위대 규모는 더욱 커졌으며 이들은 "그들의 마을이 불타게 하라", "무함마드는 죽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무슬림 구역을 관통해 서쪽의 '통곡의 벽'까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지금 하마스와 전쟁 중인 가자지구의 점령을 주장하는 "예루살렘 1967년·가자지구 2025년"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이들은 무슬림 주민뿐 아니라 시위를 지켜보던 이스라엘 좌파 운동가들이나 기자들도 위협했습니다.
로이터는 젊은 유대인 정착촌 주민들이 시위를 지켜보던 한 팔레스타인 여성과 기자들에게 침을 뱉었으나 이를 지켜보던 이스라엘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어제 오전 동예루살렘 실완 지역에서 내각 회의를 열고 "우리는 예루살렘을 계속 하나의 통일된 형태로, 이스라엘 주권 아래에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깃발 행진 현장에서는 이스라엘 진보 단체 '스탠딩 투게더' 소속 활동가들이 보라색 조끼를 착용하고 나와 시위대와 무슬림 주민들 사이에 더 큰 폭력을 막는 '인간 방패'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인 야이르 골란은 극우 시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구시가지에서 벌어진 폭력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면서 "이는 사랑하는 예루살렘의 모습이 아니다. 이는 혐오와 인종차별주의, 괴롭힘의 모습"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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