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미국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봉변'을 당했지만, 고국에서는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현명하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CNN 방송은 현지시간 22일 남아공 현지 방송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사용자는 SNS에 올린 글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이 편견과 거짓말에 맞서 침착하고 차분하게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다"며 "오늘 당신은 리더였다. 싸우는 게 아니라 건설적인 일을 위해 (그곳에) 갔다"고 두둔했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의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핵심 중재역을 한 인물로,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는 1970년대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에 투신할 당시 독방에 수감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남아공 출신 언론인인 밀턴 은코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대통령이 독방에 갇히고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해 협상한 사람에게 남아공에서 백인 학살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에게 달리 무슨 방도가 있었겠나"라며 라마포사 대통령의 대응을 옹호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인 '백인 학살'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분노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수십 년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를 거쳐온 남아공인들을 향해 되레 백인들이 '희생양'이라고 주장함으로써 과거 상처를 덧나도록 했다는 지적입니다.
남아공의 인플루언서 트로이 말란즈는 자신의 틱톡에 "그들(백인)은 아무것도 없이 와서 모든 것을 가져가고, 아주 작은 불편함을 안고 그들의 집을 떠난다"고 썼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난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남아공 백인들의 미국 정착을 허용한 것과 맞물려 던진 냉소적인 농담이었습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습 공격'을 당한 뒤에도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풀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집무실을 찾은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 살해' 의혹을 거론하며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이에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며 당초 논의하고자 한 무역 사안 등으로 의제를 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우리가 아주 차분히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는 넬슨 만델라로부터 문제가 있을 때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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