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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대 실습생, 돈사 화재로 숨져…3년 만에 또 사망 사고

한농대 실습생, 돈사 화재로 숨져…3년 만에 또 사망 사고
돼지 농가로 실습을 나간 대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나면서 다시 한번 현장실습을 둘러싼 대학의 실태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5시쯤 경남 합천군의 한 3층짜리 아파트형 돈사에서 불이 나 이곳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한국농수산대학교(한농대) 실습생 A(19)씨가 숨졌습니다.

한농대는 정예 후계 농어업 인력 육성을 목표로 전북 전주시에 세워진 3년제 국립대학입니다.

2학년은 10개월 동안 장기 현장 실습을 받아야 하는 학교 교육과정상 A 씨는 지난 3월부터 이곳에서 실습 중이었습니다.

경찰은 당시 3층에 있던 A 씨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화재 연기를 흡입해 숨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지만, 한농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소홀한 안전관리 실태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 기업체에서 실습 중이라는 한농대 재학생 B 씨는 "학생들은 현장에서 제대로 된 실습을 받기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대부분 주5일, 하루 8시간씩 일을 하면서도 30만∼150만 원가량의 실습비를 받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학교는 실습 환경의 안전에 관해 확인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며 "현장 교수라고 불리는 현장 관리자가 학점을 매기기 때문에 학생들은 제대로 항의를 못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농대 실습생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학생들의 비판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3년 전인 2022년 10월 경기 고양시에 있는 화훼농원에서 실습 중이던 한농대 실습생이 배합기(흙과 거름을 섞는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숨진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학교를 비판하는 글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실습하다가 다쳤는데 현장 교수가 입막음하거나 다쳐서 휴학계를 낸 학생도 많다"라거나 "학교가 학생들을 실습장에만 내보낸 채 나 몰라라 하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이제 겨우 21살인 실습생이 대부분인데 살인적인 더위와 근무 시간, 근무 강도에 시달린다"라거나 "노동자로 대할 거라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농대는 이날 오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한농대는 A 씨를 애도하기 위해 조만간 학내에 빈소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 A 씨와 함께 실습 중이던 학생의 치료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 각 전공 교수가 실습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실습 현황을 점검하고, 장기현장실습 운영 전반에 대한 실습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전국 실습장 안전 점검과 실습 학생 면담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됩니다.

이와 별개로 한 달 내 안전관리 전문업체를 통해 정밀진단에 나설 예정입니다.

한농대는 "소방, 경찰 등 관련 기관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토대로 추가적인 안전관리 강화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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