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북부경찰서
"실수로 발주를 누락했는데 여기에 대신 송금하면 나중에 돈 보내드릴게요."
광주 제 제31보병사단 인근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 씨는 지난달 11일 한 통의 수상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건 이는 자신이 31사단 군수과 직원이라고 장병들이 먹을 도시락 60인분을 주문했습니다.
평소 31사단에 단체 도시락을 자주 제공해왔던 A 씨는 별 거리낌 없이 주문을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주문자는 이어 이상한 요구를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돼 전시 상황이라 훈련 나온 군인들을 위한 전투 식량을 납품 받아야 했는데 본인이 발주를 누락 했다며 대신 납품을 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문자는 A 씨에게 특정 납품업체를 소개하며 6천550만 원 송금을 요청했습니다.
A 씨는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노쇼 사기를 단번에 의심했지만 주문자는 "도와달라", "진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여러 차례 하소연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주문자는 도시락 단체 주문 과정에서 마치 A 씨의 식당을 잘 안다는 듯이 메뉴부터 반찬까지 일일이 언급하면서 A 씨가 의심을 지울 때까지 이야기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평소 여러 기관으로부터 크고 작은 부탁을 들어줬던 A 씨는 결국 납품업체에 6천550만 원을 세 차례에 걸쳐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송금 이후 주문자는 도시락을 가져가기는커녕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소개받은 군 납품업체는 실존했지만 A 씨가 전달받은 명함은 업체의 이름만 빌려 온 가짜였습니다.
단체주문을 해놓고 대납을 유도한 뒤 송금하면 잠적하는 전형적인 노쇼 사기였습니다.
A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노쇼 사기로 의심되는 전화가 계속 온다"며 "식당을 잘 안다는 듯이 말하면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감정적으로 호소를 하다 보니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난처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보면서 노쇼 사기 사례를 많이 접했는데도 뭐에 홀리듯이 돈을 보내도록 교묘하게 말을 하더라"며 "조직적인 범죄라 거액의 피해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고 해 정말 막막한 심정이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광주 지역에서 접수된 피해 신고는 84건으로, 그중 지난달에만 54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노쇼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A 씨로부터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경제 침체로 힘들어하는 상인들을 겨냥한 사기 범죄"라며 "기관 관계자를 사칭한 사기라고 의심될 때는 꼭 공식적으로 기관에 재확인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광주경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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