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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후보 정책이지?'…미미한 차이에 존재감 약해진 부동산 공약

'어느 후보 정책이지?'…미미한 차이에 존재감 약해진 부동산 공약
▲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온 강남구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21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됐지만 이번 선거에선 주택과 부동산 공약이 핵심 이슈에서 밀려난 모습입니다.

각 후보가 제시한 10대 공약 중 부동산 공약의 무게감과 파급력이 예전만 못할뿐더러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22년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 같은 대규모 공급 공약을 쏟아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부동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오늘(1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정책공약을 보면, 세 후보 모두 공급 확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결이 비슷한 측면도 있습니다.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성도 같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노후 인프라 재정비와 수원, 용인, 안산, 인천 등 노후계획도시 재건축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또 서울 노후 도심의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기 신도시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3·3·3 청년주택 공급'을 제시했습니다.

결혼하면 3년, 첫 아이를 낳으면 3년, 둘째 아이 때는 3년 등으로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하는 주택을 매년 10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청년·신혼·육아 부부를 위한 주택을 매년 20만 가구 공급하고 1인형 아파트와 오피스텔 공급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로 넘겨 지금은 15년 넘게 걸리는 사업 기간 단축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때 전용면적 59㎡를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고밀 개발을 활성화해 주택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공약의 큰 틀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세제·규제 완화 정도를 두고는 일정 부분 온도차가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차이가 눈에 띄게 좁혀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문수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대표적 규제완화책을 공약했습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으나 민주당 우위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실현하지 못한 정책들입니다.

비수도권 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세와 각종 규제를 면제하는 한국형 화이트 존(White Zone)을 도입해 민간주택시장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았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아직 부동산 세제 완화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최근 발언을 보면 부동산 관련 규제에 대해 예전보다 꽤 누그러진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실수요자에게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실수요 외)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에 대해 굳이 막 세금을 때려가지고 억누르지 말자(는 생각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청년, 신혼, 다자녀, 노년 단계별로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을 확대하는 '생애주기 맞춤형 주택 세금 감면'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작은 집→큰 집→다시 작은 집으로 주거 이동을 유연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공공임대 주택 확대 기조 역시 후보 간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임대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김문수 후보도 공공지원 임대주택 확대 계획을 밝혔습니다.

공공주택의 10% 이상은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건설해 특별공급하고, 대학가 인근 원룸촌의 용적률·건폐율을 완화해 민간 원룸 주택이 반값에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집값을 좌우하는 교통 공약으로는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대를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는 GTX-A·B·C와 연장노선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GTX-D·E·F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GTX '플러스 노선'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에선 권역별로 광역급행철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도 수도권 GTX 모델을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해 '전국급행철도망'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김 후보는 광역철도와 도시철도 확충으로 '30분 출퇴근'과 정주환경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부동산 공약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모양새라 차별성이 희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부동산 정책은 각 정당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표 공약인 만큼 매번 대선의 주요 이슈였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거나 분담금을 낮추겠다고 공약한 것은 주목되는 변화로, 이로 인해 양당의 부동산 공약이 비슷해졌다"며 "김문수 후보는 임대주택·청년주택 공약을 강화하면서 두 후보의 공약에 전체적으로 미묘한 차이만 남게 됐다"고 평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요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 방향성이 거의 일치하고 미세한 온도 차이만 있다"며 "대선에서 부동산 공약이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으로, 표심을 가르는 데 부동산 이슈가 큰 영향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지율에서 앞선 이재명 후보의 경우 부동산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이슈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잘못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이 임대주택 공급, 전세사기 예방과 관련한 더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종완 원장은 "국민 대다수가 청약에 관심이 많지만 지금 제도는 이해하기 어려운 '누더기'이기에 청약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의 내집 마련 지원을 위해선 상황에 따라 대출을 조였다 풀었다 하지 말고 확고한 장기 정책금융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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