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우리나라는 정치가 코미디'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지난 6개월간의 한국 정치는 혼란과 분열의 정점을 찍었고, 지금도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3년 만에 다시 한번 대선을 치르게 되었고 대선 후보 간의 경쟁도 치열한 가운데, 정치 풍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SNL 코리아 시즌 7이 또 한 번 정치 풍자 전면에 나섰다.
OTT가 주류 매체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OTT를 통해 정치 상황이 소비되고 있는데,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도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 사실 정치 풍자가 워낙 뒷말이 많고, 정치 상황에 따라 지상파 재심의 등 채널의 명운까지 걸려있어, 최근 지상파와 방송사에서는 정치 개그나 풍자를 일체 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SNL은 OTT라는 플랫폼의 특성과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정치 풍자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SNL이 시즌 7까지 이어오며 정말 '제대로 된 정치 풍자'를 했냐는 질문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정치 풍자란 단순한 희화화나 성대모사를 넘어, 웃음을 통해 권력의 위선을 꿰뚫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SNL은 어떠했나? 풍자가 아닌 비웃음을 유발하거나, 단순 성대모사, 행동 모사를 해내는 방식으로 특정 정치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풍자다운 풍자를 통해 정치인의 범죄, 비윤리, 비도덕, 거짓, 위선을 비판하는 대신, 그저 단순한 웃음의 소모성 개그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재심의를 두려워하는 지상파 방송보다 더 못한 결말을 가져온 셈이다.
SNL이 정치 풍자를 지속하는 이유는 차치하고,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SNL에 직접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자기 PR이다. 정치인들은 홍보라는 명목 아래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된 <지점장이 간다> 코너에서 모 정치인은 SNS를 통해 소비되고 있는 자신의 밈을 눈앞에 마주하며 '거울 치료' 효과를 얻은 듯한 모습도 보였다. 이미 SNS를 통해 많이 소비된 밈이었던 만큼,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다.
반면 일부 정치인들은 자신이 희화화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굳이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 출연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풍자의 성패와는 별개로 정치인의 참여를 유도하는 SNL의 실험은 정치 대중화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SNL의 정치 풍자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즌 7, 즉 현재의 정치 생태계 이전의 프로그램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최근 주위를 둘러보면, 20~30대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에 민감하고, SNS를 통해 정치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행동한다. 그들 앞에서 구태를 재현하거나 시대 감각을 놓친 풍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의 SNL이 진정한 풍자를 구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시대 변화에 뒤처진 인식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분명하게 되묻고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MZ 대표 예능인 지예은을 앞세워 편의점이라는 가장 친근한 공간의 알바 면접 콘셉트의 인터뷰 쇼는 참신하고 재미있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정치인을 마주하는 형식은 정치와 유권자의 거리를 좁혀준다. 질문과 응답, 태도와 눈빛 모두가 지금 이 시국의 정치 풍경을 반영하면서도 또 다른 형태의 풍자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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