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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지 않은 루저들'의 묵묵한 협업…'누추한 영웅'이 나타났다 [스프]

[취향저격] '어벤져스'가 다루지 못한 세계를 구하러 온 히어로들, <썬더볼츠> (글 : 홍수정 영화평론가)
썬더볼츠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마블이 신작 <썬더볼츠>를 들고 나타났다. 대중의 시선이 쏠린다. <어벤져스> 이후 지루한 슬럼프에 빠졌던 MCU는 과연 왕좌를 되찾고 복권에 성공할 수 있을까? 평가는 제각각이고, 흥행 성적은 아직이다. 그러나 과감하게 "이제는 우리의 시대"라 선언하는 <썬더볼츠>의 탄탄한 전략에 대해서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영화 브랜드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지금의 감성을 영리하게 수집하여 작품에 녹아낸다. 그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래부터 <썬더볼츠>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다.

영화에서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는 새로운 히어로 군단 '썬더볼츠'를 소개하며 "뉴-어벤져스(New-Avengers)"라 일컫는다. 그러나 실은 '썬더볼츠'는 포스트-어벤져스에 가깝다. 눈부신 영웅들이 뭉친 어벤져스와 모든 면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는 MCU의 최대 역작이지만 이제는 (다른 작품에 자꾸만 그림자를 드리우는) 최고의 장애물로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MCU는 어벤져스를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 그들의 닮은 꼴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무언가를 선사한다. 썬더볼츠는 어벤져스를 잇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화려한 유산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다.
취향저격

먼저 썬더볼츠는 멋지지 않다. 최정예 군단인 어벤져스와 다르게 이들은 모두 하자가 있다. 우리는 회생 불가라고 그들은 중얼거린다. 이처럼 희망도, 대책도 없이 암울한 루저의 감성을 <썬더볼츠>는 정조준한다. 기존 MCU에서 오합지졸의 대명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다. 그런데 이들은 비록 한심하지만 멋진 올드팝을 즐겨 듣고 B급 유머를 구사하며 자기만의 댄스를 즐길 줄 알았다. 이 작품의 루저들은 모자라지만 어딘가 웃기고 쿨하다면 <썬더볼츠> 속 루저들은 이런 쿨함조차 없다(그렇다. 루저도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은 자기가 저지른 한심한 짓을 곱씹으며 어둠 속으로 침잠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한심함을 유머 코드로 활용했다면 '썬더볼츠'는 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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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캐릭터를 살펴보아도 이런 차이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썬더볼츠'의 얼굴인 옐레나(플로렌스 퓨)는 여러모로 '어벤져스'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상이하다. 이것은 단순히 배경, 성별, 인종에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아이언맨이 자신만만하게 매력을 내뿜는 캐릭터라면, 옐레나는 고민하고 방황하며 오래 묵은 상처에 눈물짓는다. 하지만 스스로의 모자람을 직시하고 투덜대면서도,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옐레나야말로 우리의 내일을 이끈다고 MCU는 말한다. 벌써 감성이 이렇게나 변한 것이다. 우리는 아이언맨의 시대에서 옐레나의 시대로 넘어왔다.

썬더볼츠와 어벤져스는 대적하는 상대도 다르다. 어벤져스는 무시무시한 빌런을 상대로 대전쟁을 치르고는 했다. 이때 적은 외부에 있었고 뚜렷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썬더볼츠는 그렇지 않다. 이 영화에서 발렌티나(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가 악역이긴 하지만 정작 진짜 싸움은 내부에서, 예상하지 못한 자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집중하는 감정도 다르다. 어벤져스를 포함한 많은 히어로가 적을 향한 '분노'를 품을 때, 썬더볼츠는 우리 안의 '공허'를 다룬다.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싸워야 하지만,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

그 때문일 것이다. <썬더볼츠>에는 유독 협업에 관한 코드가 자주 등장한다. 중요한 건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함께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제는 승리가 아니라 극복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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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초반, 옐레나와 밥(루이스 풀먼) 등은 발렌티나의 함정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협력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들은 급기야 서로 팔짱을 낀 채로 벽을 오른다. 이토록 멋있지 않지만 끈끈하고 단단한 활동은 히어로물에서 간만이다. 이들은 결국 단단한 벽에서 빠져나와 외부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또한 이 장면은 썬더볼츠가 밥을 내면의 공허로부터 구출하는 장면과 공명한다. <썬더볼츠>에서 반복되는 모티프. 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영원히 침잠할 것 같은 어두운 방을 빠져나와 밝은 밖에 발을 딛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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