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제주시 조천읍의 한 중산간 마을에는 그림 그리는 특별한 할머니들이 있습니다. 평생 밭을 일구던 손으로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 제주의 삶과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안수경 기자입니다.
<기자>
아이를 안고 우영팟 한가운데 서 있는 애순과 관식.
사랑의 결실을 맺은 두 사람 주변을 활짝 핀 꽃과 열매가 따스하게 감싸안았습니다.
[어른들 때문에 가슴에 눈비가 쌓였는데, 이제야 봄이 왔네. 얘들이 하는 거 내가 적었지.]
평균 나이 87세.
농부에서 화가가 된 할머니들이 그린 작품들입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제주 배경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의 삶과 닮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겨, 서울에서 전시도 마쳤습니다.
[김아랑/부산광역시 남구 : 행복해 보이고, 작품 하시는 게 멋있고요. 드라마 같이 봐서 한 장면 한 장면 어떤 내용인지도 알겠고, 너무 감동적으로 감상했습니다.]
중산간 작은 마을의 할머니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불과 4년 전.
팔순을 넘긴 나이에 시작한 그림은 인생의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박인수/무화과할망 : 처음엔 아무것도 못 하다가 그려가니까 '아, 나도 이제 배우면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져요. 같이 할머니들과 그리면 너무 즐거워요.]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작업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경로당과 집 한 켠에서 시작한 그림 그리기를 이젠 마을의 한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최소연/(사)소셜뮤지엄 이사장 : 언제든 시민들이 금, 토, 일엔 방문하셔서 창작 과정을 공유하실 수 있고요. 할머니들과 같이 대화도 나누실 수 있고, 소통하면서 서로에게 자극돼 그림의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되길 기대하는….]
다음 달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에선 그림 그리는 할머니들의 삶과 기억을 담은 신작 90여 점이 매주 새롭게 공개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오일령 JIBS)
JIBS 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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