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우리 불교 문화유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불국사 다보탑에 순금 사리병이 있었다는 증거는 있지만, 이게 지금 어디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인데요. 사라진 순금 사리병의 존재를 입증하는 사진 자료가 또 발견됐습니다.
TBC 박철희 기자입니다.
<기자>
불국사 대웅전 앞에 석가탑과 나란히 솟은 다보탑.
조선총독부는 100년 전인 1925년 전면 보수를 벌입니다.
탑을 해체해 대규모 수리를 한 것인데, 당시 실측 도면에는 다른 탑에 있는 사리공, 그러니까 사리기를 봉안한 공간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보탑에 사리기가 아예 없었던 걸까.
1966년 석가탑 보수 때 발견된 묵서지편, 즉 종이 뭉치를 보존 처리해 2007년 복원한 결과 무구정광탑 중수기가 나왔습니다.
고려 현종 때인 1024년 다보탑을 수리한 기록인데, 8세기 탑을 만들 때부터 금동합과 순금사리병, 금동함 등이 있었다고 돼 있습니다.
다보탑에 사리기가 있었다는 증거로 일제강점기 문화유산 수천 점을 빼돌린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수집품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순금사리병이 사라졌습니다.
지금껏 신라의 사리병은 유리나 수정 재질뿐이고 순금은 아예 없을 정도로 진귀한 유물로 1958년 일본인 학자 논문에서도 존재가 확인되지만, 1981년 오구라 유물이 도쿄박물관으로 이관될 때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박천수 경북대박물관장이 최근 일본에서 순금사리병 존재를 입증하는 사진을 새로 찾아냈습니다.
일본고고학회가 1941년 발간한 오구라 소장품 소개 책자에 경주의 탑에서 발견됐다고 나오는데, 기존에 알려진 신라예술전 사진과 비슷한 구도지만, 촬영 각도가 다르고 오구라 소장품으로 등장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1964년 오구라가 직접 펴낸 유물 목록집에도 사리병이 포함된 게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박천수/경북대박물관장 : 오구라 또는 오구라 후손들이 이걸 아마 매각했을 가능성이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1964년과 (도쿄박물관 이관 시점인) 1981년, 1980년 사이에 소재가 불분명해진 거죠.]
다보탑 전면 해체는 고려 때를 빼면 조선총독부의 보수가 유일한데, 이때 사리기가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제가 다보탑에 손댄 지 올해로 100년, 유물을 찾고 돌려받는 작업이 이제라도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호 TBC, 디자인 : 김세윤 TBC, 화면제공 : 박천수 경북대박물관장·한정호 동국대와이즈캠퍼스 교수·국립중앙박물관 이뮤지엄)
TBC 박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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