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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산조에 인생을 건 미국인…외국인 최초 무형유산 이수자 되기까지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전북무형유산 제40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 조세린 교수
조수린
한국인보다 더 한국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미국인. 최근 전북 무형유산(무형문화재) 40호 가야금 산조 이수자가 된 조세린 씨 이야기입니다. 그는 알래스카가 고향인 미국인으로, 본명은 조슬린 클락(Jocelyn Clark). 최초의 외국인 무형유산 보유자 기록을 세웠는데요, 그는 일본과 중국의 전통 현악기를 두루 접한 뒤 1992년에 한국의 가야금을 처음 배웠고, 하버드대에서 가야금 병창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조세린 씨는 2009년 배재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며 한국에 온 이후, 특별한 계기를 통해 가야금 산조를 평생의 과제로 삼게 되었는데요, 그가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삼고초려 끝에 지성자 선생의 제자가 되고, 최초의 외국인 이수자가 되기까지, 그는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요? 지금도 가야금 스승 앞에서는 모자란 게 많은 학생일 뿐이라는 조세린 씨의 생생한 이야기, 놓치지 마세요.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 262회 조세린 편 풀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세린 교수 : 아마 2009년 전에 갔다 와서 천천히 다시 가야금 시작하고. 어느 날 내가 모르는 사람, 악당이반(국악 전문 음반사)에서 연락 왔어요.

김수현 기자 : 음반 제작하시는

조세린 교수 : 옛날부터 봤다고 나를, 조용히 옆에서 봤다고.

류이라 아나운서 : 알고 있었다고 하셨어요?

조세린 교수 : 계속 '뭐, 대충대충 가야금 하나 봐요. 근데 계속 그렇게 하면 교수도 되고, 계속 그렇게 하면 외국 원숭이처럼 사람들이 봐요.' 그래서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긴 산조 연주 기회 줄 테니까 준비하라고. 근데 내가 안 믿었어요. 그냥 연락 한 번 오고 끝. 다시 연락 안 하고. 그런데 1년 후에 다시 전화 왔어요. '준비하고 있니?' 내가 '아, 진짜? 진짜예요?'

류이라 아나운서 : '너 사기꾼 아니었네'(웃음).

조세린 교수 : '진짜입니까? 그러면 선생님 필요해요.'(웃음) 강은경 선생님은 다른 유파 하고 내가 성금연류 하니까 성금연류 하는 선생님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선생님이 미쳤냐고 했어요(웃음).

김수현 기자 : 왜요?

조세린 교수 : 일을 금방 하는 건 아니에요. '몇 개월 후, 8개월 후에 한다고? 아니다. 돌아가라'라고 했어요. 세 번 갔었어요. 근데 결과는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그냥 한번에는 안 받아주셨네요. '뭐 이거 쉽게 보는 거야' 이러면서 '그렇게는 안 가르쳐 줘' 이렇게 하신 거네요.

김수현 기자 : 삼고초려 하셨네요, 진짜. 그러니까 성금연류 산조를 배우신 거잖아요.

조세린 교수 : 예. 근데 성금연류, 지성자 선생님이 성금연 선생님의 딸이에요. 큰딸이에요.

김수현 기자 : 네네, 그렇죠.

조세린 교수 : 그래서 그냥 가르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외국인도 안 믿잖아요. 그냥 조금 배우고 끝, 아니면 조금 배우면 들어가고 끝,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나를 안 믿은 거고.

류이라 아나운서 : 그럴 수 있죠.

조세린 교수 : 비싸게 받고(웃음) 처음에는. '좀 해보세요' 그런 마음으로. 근데 내가 열심히 했어요. 선생님 말대로 너무 짧았어요. 그래서 2011년에 공연한 거예요. 근데 너무...

김수현 기자 : 그래서 좀 배우시고 나서.

조세린 교수 : 너무 부족한 소리가 나옵니다.

류이라 아나운서 : 좀 부족하다.

김수현 기자 : 2011년에 무무헌이라는 한옥에서.

류이라 아나운서 : 장소가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이날 또 비가 와서, 기와에서 빗소리가 떨어지는데 너무 운치 있는데. 저희가 듣기로는 어디가 부족한지 전혀 모르겠는데. 너무 멋졌어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잘 모르지만 교수님은.

조세린 교수 : 뭐 어느 정도까지 배웠어요. 처음에는 가락 배워야 돼요. 그것까지는 어느 정도까지 다 외우고 가락 하는 대로 하는데, 소리가 너무 부족해요. 

류이라 아나운서 : 이 공연 때는 직접 아버님께서 오셨다면서요?

조세린 교수 : 네, 아버지 왔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구경하러? '우리 딸 얼마나 잘하나'.

조세린 교수 : 그날은 할 수 있는 만큼 했으니까 좋았어요. 그 공연 때문에 이 길을 갔어요. 지금까지는. 그래서 악당이반에 기회 너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것 때문에 녹음하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고, 이수자까지 온  것은 악당이반이 그런 기회를 주니까.

류이라 아나운서 : 공연 자리를 만들어서.

조세린 교수 : 나를 그냥 외국인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하라고 하니까 시작했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무슨 마음인지 알겠네요. 아주 중요한 공연이었네요, 이게.

김수현 기자 : 그러게요.

조세린 교수 : 아, 완전 못 했지만. 소리가 안 좋지만, 진짜 하나의 시작이었습니다. 

류이라 아나운서 : 너무 좋았습니다.

김수현 기자 : 사실 그래서 악당이반 김영일 대표님한테 교수님을 소개받았어요. 몇 년 전에. 그때 이제 음반을 내실 거라고.

류이라 아나운서 : 근데 아직 안 내신 거예요? (웃음)

김수현 기자 : 네, 음반을 내시면 인터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조세린 교수 : 기다리라고 해서 해마다 '언제쯤 하세요?' (웃음) 근데 내가 작년에 전화했어요. 선생님 허락받아야 돼요. 선생님은 지금 반주(고수)할 거니까.

류이라 아나운서 : '이제 너는 됐다' 하는 그 허락을 받아야 연주가 가능한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렇죠.

조세린 교수 : 그래서 작년에 '이제 내년에 우리가 열심히 방학 동안 하면 그거 끝나고 열심히 하고 가자' 했는데 이수 시험 때문에 그렇게 못 했습니다. 하는 건데, 그래도 조금 다르게.

김수현 기자 : 그럼 이수 시험은?

류이라 아나운서 : 그러니까 이수자 선정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한 거잖아요. 그 얘기를 좀 이제 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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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요. 어떻게 해야 되는 거예요. 이수자는?

조세린 교수 : 그것도 선생님 허락받아야 되고, 그래서 그날은 우리 같이 공부하는 제자들이 거의 다 이미 봤어요. 이거는 젊은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 근데 우리 노인 하는 계보다.

김수현 기자 : 그동안 외국인이라서 안 됐는데.

조세린 교수 : 외국인이라서 안 되고.

류이라 아나운서 : 그래도 몇 분 안 계신 거잖아요, 이수자가.

조세린 교수 : 이수자는 선생님이 문화재 해야 (시험) 볼 수 있어요. 지금은 (그렇게)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법이 계속 바뀌니까. 근데 보통 자신의 선생님이 문화재면 허락받고 제자들이 시험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그날은 우리 3명이 봤어요. 근데 그날 우리 다 됐어요. 그래서 '다행이다'. 우리 같이 동시에 보는 건 아니라 순서대로, 순서를 미리 뽑고.

류이라 아나운서 : 실기 시험을 보는 거예요? 연주?

조세린 교수 : 실기 보다가 이론도 보는 거예요.

류이라 아나운서 : 아, 다 하는 거구나.
 
조세린 교수 : 구술로, 말로. 박사 시험하고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내 가야금 수준이 박사 아니지만 그렇게 느꼈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인터뷰를 계속하는 것처럼. 비슷하네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원래는 제자들이 '전수자'가 먼저잖아요.

조세린 교수 : 전수자는 번역이 아마도 'trainee'라고 해야 되고, 이수자는 'licensee'. 라이센스를 졸업했다. 전수해서 졸업했다 그런 말이에요.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이수자 다음에는 뭐가 있나요?

조세린 교수 : 이수자가 많아요. 그다음에는 전수 조교. 옛날 말로 '준인간문화재'.

류이라 아나운서 : 준인간문화재.

조세린 교수 : 준비하는, 전수 조교. 그 전수자들이 지도하는, 문화재 대신에 도와주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선생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조세린 교수 : 네. 선생님 바로 밑에 수제자 같은 사람이에요. 그 후에 (무형유산) 보유자.

류이라 아나운서 : 최종적인 거는.

김수현 기자 : 보유자가 되는.

조세린 교수 : 보유자는 인간문화재라고 해요.

류이라 아나운서 : 인간문화재가 되는 게 최종이네요.

조세린 교수 : 그래서 1~2명 있고, 준인간문화재 몇 명 있고, 대부분은 전수자 이수자 그래요.

류이라 아나운서 : 우리 조세린 교수님께서는 그다음 단계로 가실 의향 없으신가요?

조세린 교수 : 아니에요. 지금은 불법이에요.

김수현 기자 : 아, 일단은 안 되는구나.

류이라 아나운서 : 외국인 자격으로서는 또 거기까지는 불법이에요?

조세린 교수 : 지금 불법이에요. 그리고 나의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이거는 한국 사람의 자리예요. 외국인이 와서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류이라 아나운서 : 왜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노력하고 연습하는 건 다 똑같은 건데.

조세린 교수 : 똑같아도 안 똑같아요. 내가 배우는 사람인데 자리 잡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전통 그리고 진짜 책임감이 있어야 돼요. 그래서 우리 유파에서는, 우리 보존회에서는 선생님의 딸이나 제일 큰 제자 등이 해야 될 것 같아요.

애들도 가르쳐야 되고, 제대로. 내가 한국말도 약하고 가야금을 제일 잘 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여기까지 왔다. 다른 사람은 나보다 잘하고 그래요. 그래서 나의 자리 아닌 것 같다. 나는 교수예요. 옆에서.

김수현 기자 : 그래도 이수자 되시고 엄청 기쁘셨을 것 같아요.

조세린 교수 : 네. 너무 기뻤어요. 산에 올라갔다 내려왔는데 선생님한테 전화 왔어요. '세린아 시간 있어요?' 하는데 '됐어요!' (웃음) '아, 좋다!' 눈물이 났어요. 같이 산 올라가는 사람들이, 교수님들이 눈물이 나서 '왜 울어요?' 물어봤더니 '감동했어요.' 나도 울기 시작했어요.

류이라 아나운서 : 너무 좋으셨겠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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