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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극단정치 버려야"…'반명 빅텐트' 앞세워 등판 · 단일화 시험대

한덕수 "극단정치 버려야"…'반명 빅텐트' 앞세워 등판 · 단일화 시험대
▲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어제(1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했습니다.

지난 3월 탄핵 소추에 따른 직무정지에서 복귀한 이후 거듭된 출마설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한 대행이 결국 출마를 위해 1970년 입직 이후 56년간 몸담아온 관료 조직을 떠난 것입니다.

애초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말라던 한 대행이 출마를 결심한 마지막 퍼즐은 '한미 2+2 통상협상'이 꼽힙니다.

한 대행은 출마설이 불거질 때마다 미국발 관세전쟁에 대응하고 국정 안정에 전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8일 국무회의에서는 "일체의 동요 없이 오직 국민의 안전과 민생 회복, 당면한 미국발 통상전쟁 대응에 마지막 소명을 다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와 '한미 2+2 통상협상' 결과가 한 대행의 변화를 이끈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미 정상 통화에서 조선·액화석유가스(LNG)·무역균형 등 경제와 안보 분야의 협력 의지를 다지고, 통상협상에서 상호·품목별 관세 폐지를 목표로 '7월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러자 한 대행은 외교·통상 전문가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대행은 이날 오후 사퇴를 알리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한 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경제위기와 정치갈등 극복을 과제로 제시하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등 돌린 진영의 수렁에 빠져 벌써 수년째, 그 어떤 합리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정치권의 현실이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임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한 대행은 "국가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 길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변명도 없이 마지막까지 가겠다"고도 했습니다.

중도포기하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계엄사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 국민 한 분 한 분이 겪으신 갈등과 혼란"이라는 표현으로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이에 대해 "가슴 깊이 고통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인의 길을 택한 한 대행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범보수 반(反)이재명 빅텐트'의 구심에 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50년 넘는 동안 정부 성격을 가리지 않고 쌓아 올린 국정 경험이라는 자산이 중도 보수 진영에 소구력을 갖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 반대하는 세력을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 대행은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한미동맹 강화 등 전통적 보수는 물론 중도층도 아우를 수 있는 가치를 강조하면서 개헌을 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울 전망입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경선 TV 토론에서 "개헌은 해야 한다"면서도 "개헌 문제를 그렇게 시급하게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 대행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극단적 정치 갈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이른바 '87년 체제'의 극복을 위해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고,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를 약 3년으로 줄여 2028년 4월 예정된 23대 총선과 22대 대선을 동시에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3년 임기 동안에도 자신은 외교·국방과 같은 외치에 전념하고, 총리에게 국내 문제를 전적으로 맡기는 형태의 분권형 정부를 앞세워 개헌을 바라는 진보·보수 진영의 정치인을 끌어들이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구상의 첫 고비는 오는 3일 결정되는 국민의힘 최종후보와의 단일화가 될 전망입니다.

한 대행은 2일 출마 선언 후 곧바로 국민의힘 김문수·한동훈 경선 후보 중 최종후보로 결정된 사람과 단일화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문수·한동훈 후보 모두 한 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김문수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반면, 한 후보는 단일화보다 당내 경선에 집중한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결과는 '정치인 한덕수'의 행로에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한 대행이 단일후보로 결정된다면 핵심 보수층의 지지율을 대부분 흡수하는 것은 물론,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까지 아우르는 빅텐트 만들기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한 대행은 그대로 정치권에서 물러나거나, 국민의힘 입당 후 대선 선거운동을 도와 후일을 도모하는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단일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단일화 협상이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전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금이나 조직, 준비 시간 등의 측면에서 열세인 한 대행이 완주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곧 막이 오를 보수 진영의 단일화 무대에서 한 대행이 어느 정도 존재감을 발휘하며 정치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편, 한 대행은 이날 사퇴를 밝혔지만, 공식 임기는 2일 0시부로 종료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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