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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심장 품고 카네이션을…"아들이 보내준 선물 같은 하루"

천사의 심장 품고 카네이션을…"아들이 보내준 선물 같은 하루"
▲ 심장이식으로 건강을 회복한 김주아양이 카네이션을 전달하려고 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기증인 유가족

"장기이식을 받은 어린이들을 만나니 정민이의 생명도 어딘가에서 힘차게 뛰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제(1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서울 서대문구 본부 회의실에서 연 '생명나눔, 다시 만난 봄' 행사에서 김 모(4) 양이 고사리손으로 만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이 모(32) 씨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심장이식 어린이 가족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8명이 한자리에 모여 마음을 나눴습니다.

생후 7개월 만에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시간 인공심장에 의존했던 김 양은 202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심장이식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2020년 생후 1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아들 서 군의 장기기증을 결정했던 이 씨는 "오늘 (심장이식 어린이들과) 만남을 통해 우리 가족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민이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남겼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1월 심장이식을 받고 올해 처음 학교에 다니게 된 강 모(9) 군도 장기기증인 유가족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했습니다.

강 군은 "장기기증인 가족분들을 만나는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언젠가 기증인의 부모님을 만나면 건강하게 뛰는 제 심장 소리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카네이션을 받은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은 직접 쓴 편지와 어린이날 선물로 화답했습니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 장부순 부회장은 "어버이날 아침이면 카네이션을 달아주던 아들이 하늘에서 보내준 선물 같은 하루"라며 "오늘 만남이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희망을 선물한 만큼 이식 어린이들에게도 더 건강하게 살아갈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본부에 따르면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에서는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정보 공개는 금지돼 있으며 관계기관의 중재 하에 제한적 서신 교류만 이뤄집니다.

도너패밀리 강호 회장은 "가족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유가족은 큰 위로를 받는다"라며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물꼬가 트여 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정서적 예우 제도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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