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약 5조 원 불었습니다.
금리 하락과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부 해제 등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투'(대출로 투자)도 활발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예금 금리가 최고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지자, 은행 예금에서는 약 한 달 사이 26조 원이 다른 투자 대상을 찾아 한꺼번에 빠져나갔습니다.
◇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 3월 4천억 원→4월 5조 원대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보다 5조 원 이상 늘었습니다.
증가 폭이 5조 원대 초중반으로, 월말 신용대출 상환분이 반영돼도 증가 규모는 5조 원대 안팎에 이를 가능성이 큽니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월 증가 속도는 2월 4조 2천억 원에서 3월 4천억 원으로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빨라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 폭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당국은 당장 이달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대출금의 90%로 일원화합니다.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세부 적용 방침도 이르면 이달 발표할 예정입니다.
◇ 5대은행 증가폭, 작년 9월 이후 최대…"마통 주식투자도 영향"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이 주도했습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4월 2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2조 3천253억 원으로, 3월 말(738조 5천511억 원)보다 3조 7천742억 원 많았습니다.
마지막 영업일(4월 30일) 대출 실적이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29일까지는 지난해 9월(+5조 6천억 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은 지난해 8월 9조 6천259억 원까지 치솟았다가 9월 이후 금리 인상과 당국·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꾸준히 줄었고, 결국 올해 1월에는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4천762억 원 뒷걸음쳤습니다.
하지만 연초 금리 인하와 은행들의 규제 완화, 이사 철 수요 등이 겹쳐 2월(+3조 931억 원) 반등한 뒤 3월(+1조 7천992억 원)과 4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88조 3천878억 원으로 3월 말(585조 6천805억 원)보다 2조 7천73억 원 불었습니다.
증가액은 3월(+2조 3천198억 원)보다 많지만, 2월(+3조 3천836억 원)과 비교하면 약 7천억 원 적습니다.
신용대출도 101조 6천63억 원에서 102조 7천109억 원으로 1조 1천46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지난해 11월(+2천442억 원) 이후 5개월 만에 증가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늘어난 서울 지역 주택 거래가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진 데다,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라 국내외 주식이 급락하면서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 대출) 등을 통한 투자용 신용대출 수요도 급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잔금 대출일을 월말로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4월 30일 대출 취급액 실적까지 더해지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기업대출도 한 달 만에 다시 증가…대기업 4.3조↑
뒷걸음쳤던 기업 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9일 현재 기업 대출 잔액은 총 830조 1천778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4조 9천684억 원 불었습니다.
3월 2조 4천936억 원 줄어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의 투자 수요 부진 등이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한 달 만에 약 5조 원 가까이 다시 늘었습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 대출이 6천903억 원(663조 1천922억 원→663조 8천825억 원), 대기업 대출이 4조 2천781억 원(162조 172억 원→166조 2천953억 원) 각각 증가했습니다.
◇ 2%대 예금금리에 정기예금 -3.3조…요구불예금서도 22.5조 '썰물'
지난달 5대 은행에서 수신(예금) 자금은 약 26조 원이나 대거 빠져나갔습니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가 2%대 초중반까지 떨어지자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사이 3조 3천342억 원 줄었고, 요구불예금도 22조 4천615억 원 감소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요구불예금이 급감하고 정기예금까지 동시에 줄어든 것으로 미뤄 주식·코인 등 자산 투자에 지난달 시중 자금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토허제·빚투에 가계대출 다시 들썩…금융권 4월 약 5조 원↑
입력 2025.05.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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