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엉뚱한 발상과 날것 그대로의 예측 불가 행동, 예능계에서 전무후무한 새로운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안84. 웹툰 작가라는 본업보다 이젠 예능인으로 더 왕성하게 활약 중인 그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새로운 예능을 선보였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제작된 '대환장 기안장'이다.
'기안장'은 기안84가 울릉도에서 운영하는 민박집의 이름이다. 그런데 '대환장'스럽다. 프로그램 제목만 보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짐작 가능하다. 보통의 민박집과는 비교할 수 없이, 환장할 정도의 황당한 뭔가가 있는 그런 민박집을 '사장님' 기안84와 직원들이 운영한다. 직원은 총 2명으로 단출하다. 하지만 그 면면은 화려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맏형 진과, 'MZ 대표 연예인' 지예은이 기안장 직원으로 일을 돕는다.
'대환장 기안장'은 '효리네 민박'을 통해 민박 버라이어티 장르를 개척한 제작진의 예능이다. 제작진이 동일하다고 해서 '효리네 민박'과 같은 잔잔한 힐링 콘텐츠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주인장' 기안84와 만나 와장창 깨진다. 기안84가 디자인하고 설계한 기안장을 제작진은 그대로 현실에 구현해 냈다. 그것도, 울릉도 망망대해에. 기안84의 상상이 눈앞의 현실이 된 순간, '이게 된다고?'라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지선 위에 세운 기안장은 울릉도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숙박객이 주소를 물으면, 민박집 주소를 설명할 수가 없다. "현포항으로 오세요"라고 안내할 뿐이다. 그렇게 항구에 도착하면, 지예은이 보트를 운전해 바다 위 기안장으로 숙박객을 나른다.
기안장은 멀리서 보면 알록달록한 색깔이 꼭 놀이동산 같은 외형이다. 큰 기대를 안고 기안장 바지선 위에 발을 내디디면, 바로 당혹감이 찾아온다. 민박집 안에 들어갈 문이 1층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숙박객을 반기는 건 3.8m 위에 뚫린 출입문으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출입문까지 클라이밍을 해서 올라가야 한다. 매번 들어갈 때마다 암벽을 타야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반면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온다. 미끄럼틀 중 하나는 바다로 이어져 있어, 집 내부에서 곧장 바다로 풍덩 빠질 수 있다. 천연 워터파크인 셈이다.
밥을 먹기 위해서도 난관이 따른다. 실내 1층에 마련된 식당으로 가려면, 철로 만든 봉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기안84는 이를 '거침없이 하이킥'에 등장했던 실내 봉 구조에서 착안했다) 내려가는 건 어떻게든 간다지만, 다시 올라오는 게 지옥이다. 건장한 남자들도 웬만한 팔 힘이 없으면 힘든 봉 타기를, 주인장 기안84와 직원 진은 음식을 준비하며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잠을 잘 수 있는 개인 침실은 따로 없다. 기안장 건물 밖에 매단 침상에서 취침해야 한다.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벗 삼아 잠들 수 있는 자동 야외 취침이다. 그런데 새벽에 내리는 야속한 비에는 속수무책이다. 자다가 비를 맞기도 하고, 아침에 떠오른 태양의 빛이 너무 강해 강제로 기상할 수밖에 없다.
기안장에는 주인장 기안84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례로, 예능 '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맨손으로 밥을 먹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던 기안84의 기행이, 기안장 안에서는 모두가 함께하는 체험 중 하나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던 것들이 점차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그렇게 모두가 기안84에게 동화돼 간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 고생스러운 기안장 시스템에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린다. 기안84마저 자신의 과한 상상력 때문에 숙박객들이 너무 힘들어할까 봐 "1층에 문을 만들까?" 하며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기안84를 잡아주는 사람은 진이다.
기안장에서 요리, 청소, 빨래, 보수 등 모든 분야에서 활약하는 '만능 직원' 진은 숙박객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무엇보다도 진은 주인장 기안84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무한 신뢰와 응원을 보내며 든든하게 중심을 잡는다. 길바닥에 누워 잠을 자기도, 손으로 음식을 먹기도 하며, 점점 기안84에게 동화되어 가는 진에게서 '월드스타'의 벽은 찾아볼 수 없다.
막내 지예은은 '대환장 기안장'을 위해 보트 운전면허를 따는 열정을 보였다. 그렇게 '지선장'으로 숙박객이 바다 위 기안장으로 오갈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한 지예은은 그 누구보다 밝고 친근한 매력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구명조끼에 얼굴이 짓눌리고 사정없이 망가지는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숙박객을 세심하게 챙기며 똑 부러진 막내로 활약했다. 정든 숙박객이 체크아웃할 때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지예은의 모습에서 그의 따뜻한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기안84와 진과 지예은. 기안장을 이끈 세 명은 서로 티격태격하는 '찐' 삼남매 같은 케미로 따뜻한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세 사람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저마다 숙박객을 '진심'으로 대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기안84는 겉으로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주인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숙박객의 생활에 신경 쓰고 사연에 공감하고자 한다.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두 아이 아빠의 사연에 울컥하며 그들을 위해 가족 그림을 그려 선물하고, 죽을 위기를 넘기고 탈북에 성공한 탈북민 숙박객을 위해 고향 음식을 만들어주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와 응원의 방법을 찾는다. 투박하지만 깊은 정이 느껴지는 기안84의 작은 배려들이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대환장 기안장'의 카메라는 숙박객들의 여행 일정을 따라가기도 하는데, 울릉도가 배경인 만큼 곳곳의 관광 코스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다. 화창하게 맑은 날 독도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댓글 아이콘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