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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신비 체험이다"…내한 공연의 새 역사 쓴 콜드플레이 [스프]

[취향저격] 콜드플레이의 '서울 레지던스': 빛과 색채, 그리고…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콜드플레이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와 나도 헷갈리는 내 취향, 뭘 골라야 할지 고민인 당신에게 권해드리는 '취향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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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dplay - WE PRAY (TWICE Version) (Official Visualiser)

영국의 세계적인 밴드 콜드플레이가 내한 공연 역사에 새 기록을 썼습니다. 지난 16일 시작해 25일까지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무려 6회에 걸친 연속 내한 공연을 펼친 것입니다. 해외 팝스타가 한 번 방한한 김에 한 장소에서 무려 여섯 번이나 공연을 한 것은 한국 콘서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Coldplay - Viva La Vida (Official Video)

콜드플레이가 어떤 이들입니까. 1997년 영국 런던에서 결성됐죠. 일단 오해부터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브릿팝 밴드'로 소개되는데 그건 아닙니다. 브릿팝(Britpop)은 그저 모든 브리티시 팝(British pop·대영제국의 팝뮤직)을 통칭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브릿팝 특유의 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오아시스, 블러 등의 브릿팝에서 일부 영향을 받은 다음 세대, 즉 '포스트브릿팝(post-Britpop)' 정도로 콜드플레이를 분류할 수는 있겠습니다.

▶  Coldplay - Yellow (Official Video)

대표곡 'Yellow'가 담긴 2000년 1집 'Parachutes'부터 주목을 받았습니다. 초기만 해도 콜드플레이의 음악의 중심에는 우울하고 몽환적인 록 사운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집, 3집, 4집. 앨범을 더 낼수록 팝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영향까지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록 마니아를 위한 밴드에서 대중적인 밴드로 저변을 넓혀갔습니다. 'Viva la Vida', 'Fix You', 'Paradise' 등 여러 노래를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켰고, 빛과 레이저와 발광 팔찌를 활용한 환상적인 블록버스터 공연 연출로 21세기 콘서트의 제왕으로 우뚝 섰습니다.

▶  Coldplay - A Sky Full Of Stars (Live at River Plate)

결성 이후 한 번도 멤버 변화가 없었던 탄탄한 팀워크도 돋보입니다. 보컬이자 프런트맨인 크리스 마틴을 비롯해 기타에 존 버클랜드, 베이스기타에 가이 베리맨, 드럼에 윌 챔피언까지 네 명의 멤버가 결성 이후 30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변화 없이 4인조 포맷을 지키고 있죠. 이번 한국 공연에서 마틴이 드러머 윌 챔피언을 가리키면서 "새로운 한국 대통령으로 추천한다"는 고약한 영국식 농담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  Coldplay - Higher Power (Official Video)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한데, 2021년 'Music of the Spheres' 앨범에 실린 곡 'Higher Power'의 뮤직비디오에는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 참여해 유명한 한국의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출연시켰죠. 같은 앨범에 실린 'My Universe'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참여했는데 한국어 가사가 그대로 들어가 화제였죠. 이 곡은 2008년 'Viva la Vida' 이후 무려 13년 만에 콜드플레이에게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차지하게 해주기도 했으니까 한국은 그들에게 그야말로 귀한 친구의 나라가 된 셈입니다. 2017년 내한 공연 두 번째 날은 4월 16일이었는데, 세월호를 추모하며 'Yellow'를 부르기 전 대형 스크린에 노란 리본을 띄우면서 크리스 마틴이 10초간의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  Coldplay - Fix You (Live In São Paulo)

멀리 영국에서 탄생한 'Yellow'와 'Fix You'는 그렇게 한국을 만나 세월호 추모라는 스토리와 의미도 더하게 됐습니다. 2017년 첫 내한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였고, 이번엔 또… 콜드플레이는 본의 아니게 '탄핵 요정'이란 별명도 얻었네요. 몰락한 왕의 스토리를 그린 'Viva la Vida'는 또 한국의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래저래 콜드플레이는 한국인에게 각별한 밴드가 됐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한국은 조금 특별해졌을 거예요.

▶​​​​​​​  Coldplay - In My Place (Official 4K Video)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진, 블랙핑크 로제와도 함께 무대를 꾸며 화제가 됐습니다. 제가 그들의 콘서트를 처음 본 건 2016년 초여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였어요. 웸블리를 가득 메운 8만 명의 현지 관객들과 함께 공연 뒤 웸블리파크 역까지 행진하며 'Viva la Vida'를 제창했던 기억은 특별하게 제 가슴에 남았습니다. 오랜만에 고양시에서 다시 마주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는, 2016년과 2017년 공연 리뷰에서 제가 썼듯 여전히 '빛과 색채의 카니발'이었습니다. 콜드플레이는 좋은 음악 공연을 넘어서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신비체험을 제공해 주는, 음악가를 넘어 한 편의 몰입형 콘텐츠의 주인공들이라고 감히 할 수 있겠습니다.

▶​​​​​​​  Coldplay - Viva La Vida (Live In São Paulo)

빛과 색채의 카니발 이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친환경 행보입니다. 공연에 필요한 전력의 일부에 재생 전력을 활용했죠. 스탠딩 구역 뒤편에 키네틱 플로어와 파워 바이크라는 전력 생산 장치를 설치해서 관객이 플로어 위에서 뛰거나 자전거를 타면 전력이 생산되고, 이를 공연에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이들의 전매특허인 엘이디(LED) 팔찌 '자이로 밴드' 역시 퇴비로 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만들었고, 관객들에게 나눠준 팔찌는 공연 뒤 수거해 재활용하는데, 공연 시작 전에 나라별 수거율을 공개해 반납을 독려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수만 원짜리 응원봉을 수천, 수만 명의 관객이 사도록 하는 케이팝 콘서트와 달리 발광 팔찌를 무상으로 나눠준다는 것도 '케이팝 월드'의 시민인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획기적입니다. 매출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단 관객을 위한 공연이라는 느낌을 주는 데도 콜드플레이의 환상적인 무대 연출, 관객과의 즉석 호흡, 친환경 행보와 함께 이 같은 면이 일조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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