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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편견 없이 만나봤는데 품위 있더라"…그 말에 숨은 함정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스프 nyt
 

패트릭 힐리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부편집자다.
 

지난 수요일 밤, 시트콤 "Curb Your Enthusiasm(열정을 자중하라)"의 제작자이자 코미디언인 래리 데이비드가 갑자기 이메일을 보내왔다. 글을 한 편 썼는데,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기고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열어 읽은 글의 첫 줄은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1939년 3월, 우리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남자 아돌프 히틀러가 베를린 총통 관저에서 나와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는 초대장이었다.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해 보라.

나는 생각했다.

'좋다, 확실히 시작부터 남다른걸?'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은 외부 기고를 받을 때 풍자적인 글을 까다롭게 가려 받는 편이다. 우리의 사명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삼되 철저히 사실을 기반으로 한 주장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오늘날의 세상에 관해 논평하면서 히틀러를 언급하고 비유한 글이라면 훨씬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문자 그대로 나치가 주제가 아닌 이상 나치에 대한 언급 자체를 가급적 피하려 한다. 어떤 주장을 펴기 위해 어떤 사람을 대량 학살을 저지른 독재자에 빗대거나 비교하는 건 끔찍한 역사를 들먹이는 것만으로 너무 큰 상처가 될 수 있고, 정확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역효과만 나기 십상이다.

나는 래리가 왜 이 글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미국 정치에 관해 이야기할 때 특히 중도나 진보 진영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그와 편견 없이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한다고 말한다. 래리도 다른 이들처럼 빌 마허가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과 식사한 이야기를 공개한 걸 들었을 거다. 래리는 앞서 빌 마허를 향한 존경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 빌 마허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맥스 채널 프로그램에서 트럼프와의 만남을 돌이켜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자신을 공격하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품위 있고 절제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래리는 트럼프를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지 않다. 이 글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러면서도 본질을 놓치지 않는 것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전통적인 에세이 형식의 글이 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특히 오늘날 미국인은 쉼 없이 쏟아지는 뉴스에 압도당하고 있고, 다소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더라도 풍자 형식을 빌린 날카로운 통찰과 도발이 먹힐 때가 있다.

래리 데이비드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도발적인 주장을 편다. 한 번의 저녁 식사나 만남에서는 누구든 인간적인 면모를 보일 수 있다. 그 한 번의 만남에서 받은 인상은 그 사람의 됨됨이나 그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문:  Opinion Today: Larry David Imagines a Private Dinner With Hitler

 
*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는 시트콤 "Curb Your Enthusiasm(열정을 자중하라)"의 제작자이자, 시트콤 "Seinfeld(사인필드)"의 공동 제작자다.

1939년 3월, 우리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는 남자 아돌프 히틀러가 베를린 총통 관저에서 나와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는 초대장이었다.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해 보라. 나는 처음부터 라디오에서 그를 꾸준히 비판해 왔고, 그가 하려는 모든 일은 결국 독재자가 되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지인이 저녁 식사에 가지 말라고 했다.

"자네도 알잖아. 히틀러는 괴물이라고."

하지만 나는 끝내 증오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가 가서 무얼 하든 그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상대방과 이야기는 해볼 수 있지 않은가. 아무리 그가 다른 나라를 침략해 총칼을 앞세워 정복했고, 끔찍한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도 말이다.

2주 뒤 나는 총통 관저 현관문 앞 계단에 서 있었다. 안내를 받고 들어선 관저의 으리으리한 거실에는 총통의 열렬한 지지자들 몇몇이 먼저 와 있었다. 히믈레르, 괴링, 레니 리펜슈탈, 에드워드 8세였던 윈저 공작 등이었다. 우리는 벽에 걸린 아름다운 예술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대인의 집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복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발소리에 대화는 뚝 끊겼다. 히틀러가 방에 들어서자, 모두가 자세를 바로 했다.

스와스티카(나치 문양) 완장을 찬 황갈색 정장을 입고 등장한 그는 나를 격정적으로 맞아주었다. 솔직히 평소에 부모님이 나를 맞아줄 때보다 더 따뜻한 환대였고, 내 등을 자연스럽게 두드리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환대에 경계심이 누그러졌다. 나는 그의 황갈색 정장을 보고는 "그 옷을 입고 외출하시면 평범해 보여서 총통답지 않다고들 하겠는걸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 말에 그는 한참을 웃었다. 나는 문득 히틀러가 웃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다는 걸 깨달았다. 갑자기 그가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보였다. 나는 내가 지금껏 보고 들은,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드러난 히틀러를 만날 준비만 잔뜩 해왔는데, 알고 보니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히틀러는 완전히 딴판인 사람이었다. 좀 이상할지 몰라도 지금 내가 보는 사적인 히틀러의 모습이 진짜 이 사람 같았다. 뭐가 진짜인지 가늠하기 어려워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는 배가 고프다며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했고, 나더러 자기 옆에 와 앉으라고 손짓했다. 괴링이 곧바로 호밀빵 한 조각을 집어 들자, 히틀러는 나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는 이렇게 속삭였다. "잘 보세요. 아마 당신이 두어 조각 입에 넣기도 전에 쟤는 밥을 다 먹어 치울 거예요." 이번에는 그 말에 내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러자 괴링은 입안에 음식을 잔뜩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길래 웃느냐고 물었다. 히틀러가 대신 답했다. "왜 자네도 아는 얘기 있잖아. 내 개가 국회에서 설사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해줬어." 괴링은 이내 반응했다. 알다마다! 그는 특히 히틀러가 개를 차에 태우기 전에 총으로 쏴 죽인 부분을 가장 좋아했다. 히틀러는 이 부분에서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유대인, 집시, 동성애자도 다 죽이는데, 개새끼 하나 죽이는 거야 뭐 일도 아니지!" 여기서 모두가 박장대소했고, 밤새 정말 원 없이 웃고 떠들었다.

그렇다고 저녁 내내 히틀러 혼자서 떠든 건 아니었다. 그는 궁금한 게 많아 보였고, 나에 관해서도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나는 얼마 전에 여자친구와 꽤 힘들게 헤어졌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내가 자기 없이 어디를 가면 항상 어디 가서 무얼 했는지, 누구랑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가끔은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여자친구한테 해명하는 게 너무 싫었다. 히틀러는 자기도 그 마음 잘 안다며 맞장구를 쳤다. "아니, 뭐 내가 비서야? 도대체 왜 그러는데?" 그는 내게 다시는 그 여자랑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만약 다시 만난다면 그 귀찮고 끔찍한 일을 다시 반복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독재자라면 연인과 헤어지는 것도 쉬운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놀랄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감정이 남아 있어요." 흠... 아직 감정이 남아 있다니,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우리도 결국 다 같은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상이 히틀러의 이런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히틀러를 향한 사람들의 인식과 평판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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