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티 놈 장관이 등장한 미국의 불법이민 단속 광고
미국 사회의 병폐를 이민자의 탓으로 돌린 광고가 황금시간대 멕시코 텔레비전에서 방송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격분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문제의 광고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미 국토안보부 캠페인의 일환이며, 이 광고에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등장해 "미국에 불법 입국하려고 한다면 꿈도 꾸지 말라"며 "미국에 들어와 법을 어긴다면 끝까지 찾아낼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놈 장관은 또 각종 범죄와 마약 밀매 등을 이민자의 탓으로 돌리며 "범죄자들은 미국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해당 광고는 황금 시간대와 축구 경기 방송 도중 멕시코에서 전파를 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 광고를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며 방송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이념적 선전을 하는 것을 막도록 법을 바꿀 것"이라며 멕시코 의회에 이런 광고가 더 이상 방영되지 않도록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셰인바움 대통령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멕시코가 관세 전쟁 국면에서 국경을 맞댄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여러 차례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짚었습니다.
셰인바움은 그간 국경에 병력을 배치해 불법 이민을 단속하고 마약 밀매 카르텔 조직원들을 미국에 넘기는 한편, 멕시코 영토 내 카르텔 거점 지역에 대한 미 정보당국의 드론 정찰비행도 허용했습니다.
셰인바움은 트럼프에게 유화 제스처를 취해왔지만, 미국의 일방적 군사 조치 요구 등에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왔습니다.
셰인바움은 "협력은 가능하지만 복종은 안된다"는 문구를 반복해서 사용해오면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했고, 지난달 여론조사 당시 지지율은 80%를 넘어설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진=미 국토안보부 유튜브 화면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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