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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의 60년 흥망성쇠, 역사 속 마지막 페이지로

미아리 텍사스의 60년 흥망성쇠, 역사 속 마지막 페이지로
▲ 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 입구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의 주소는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입니다.

1968년 대표적 성매매촌 종로3가가 도심 재개발로 철거되며 일제시대 공동묘지이자 전후 빈민촌이던 이곳으로 옮겨왔습니다.

황금기는 '3저 호황'과 통금 해제가 겹친 1980년대부터였습니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산 상점주인 A 씨는 "사람이 많아 골목을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여성단체들은 2000년쯤엔 업소 360개, 3천 명이 미아리 텍사스에 일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주부였던 삐끼이모 이 씨가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입니다.

이 씨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며 중고등학생 애들을 키워야 해 어쩔 수 없었다. 먼저 일하던 친구를 따라왔다"고 했습니다.

당시 한 달에 500만∼60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면 현재 1천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입니다.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까지만 해도 견딜만했지만, 2000년 김강자 당시 종암경찰서장의 '미성년 매매춘과의 전쟁',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2005년 화재 참사 등을 거치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뜸해졌습니다.

2009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201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조합의 철거 압박이 계속됐습니다.

업소를 직접 운영했던 이 씨도 구속돼 열 달간 복역했고, 당시 선고된 1억 원의 추징금을 갚지 못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곳에서 나가서 일을 잡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미아리 텍사스의 북동쪽엔 성매매 여성들의 주거지가, 남쪽 내부 순환로를 따라서는 업소가 몰려 있습니다.

현재는 수십 개 업소에서 100여 명 정도가 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법원이 지난 16일 마지막 여성 2명을 주거지에서 강제 퇴거시키며, 이곳에 거주하는 여성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철거가 마무리되면 현재 1∼2층 높이 주택과 업소인 이곳은 최고 47층 높이의 아파트 2천200여 가구로 재개발됩니다.

강제 집행으로 집에서 쫓겨난 B(38) 씨는 10년 동안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했습니다.

작년 9월에는 이곳에서 일하던 30대 미혼모가 사채에 시달리다 자녀를 두고 세상을 등졌습니다.

B 씨를 비롯한 여성들은 이주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성북구청 앞에서 노숙 농성 중입니다.

성북구청은 오는 21일까지 자진 정리하지 않으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통보한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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