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30시간 휴전'을 선언한 것은 푸틴이 자신을 '평화를 원하는 리더'로 부각하고, 종전 논의에서 발 뺄 수 있다고 경고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달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CNN방송은 현지시간 19일 온라인판 기사에서 이번 휴전은 러시아가 트럼프 행정부에 자신들이 실제로 전쟁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휴전 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고 '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두 당사국 중 한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당신은 바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사양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달 자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부분 휴전'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나 러시아가 잇달아 선결 조건을 요구하며 사실상 휴전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를 겨냥해 중재 노력을 그만둘 수 있다고 재차 경고하고 나서자 러시아는 다음날 일방적으로 모스크바 시각으로 19일 18시부터 21일 0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선언해 버렸습니다.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푸틴의 이번 휴전 선언은 미국이 발을 빼려는 것을 막고 자신을 평화를 가장 절실히 원하는 리더로 포장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파리에 본부를 둔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신문에 "매우 짧은 시간의 휴전이라면 (푸틴에겐) 잃을 것이 없고, 자신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휴전 선언이 시간 실제 교전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양측 모두가 상대를 신뢰 못할 존재로 부각하기 위해 휴전 위반과 교전 중단·재개 등의 상황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CNN의 관측입니다.

실제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처음에는 휴전 제안을 일축하며 "우리 국민의 생명을 노리는 시도"라 비난했지만, 곧 러시아가 약속을 지키면 이를 존중하겠다면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한발 더 나아가 역으로 부활절인 20일 이후까지 휴전을 연장하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휴전 시작 시점이 지난 19일 저녁에도 주요 전선에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포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일방적 휴전 제안은 처음이 아닙니다.
러시아는 2023년 1월 일방적으로 러시아정교회의 크리스마스 기간 36시간의 휴전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맹렬한 공세에 밀리는 처지였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휴전 제안을 전황 타개를 위한 군사적 목적의 행위라고 일축했고, 교전도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푸틴의 휴전 제안은 그에게 손쉬운 외교적 승리를 가져다줄 '꽃놀이패'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러시아의 '선의'의 제스처인 휴전 제안을 우크라이나가 걷어차 버렸다고 미국이 비난할 경우 우크라이나로서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휴전을 선언했어도 어차피 전선에서 전투가 중단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푸틴에게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내길 원치 않는다'는 자신의 거짓 주장을 계속하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데 이번 휴전 제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로서도 러시아의 이번 휴전 제안을 점점 더 조급증을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를 종전협상 테이블에 붙잡아두는 데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합니다.
CNN은 이번 휴전 선언이 "3년간 이어진 전쟁을 짧고, 이론적이고 수사적이며, 또 완전히 일방적인 방식으로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향후 이어질 종전 협상에는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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