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간호조무사 마약 사망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해 5월 30일 오전, 자고 일어나 보니 여자친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당일 새벽 4시가 넘어 함께 집으로 와서 성관계를 가진 후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여자친구가 사망했다는 것.
사망한 여성은 스물넷의 간호조무사 박지인 씨. 평소 질환도 없었고 뚜렷한 외상도 보이지 않았던 지인 씨는 왜 사망한 것일까?
부검 결과 지인 씨 체내에서 치사량에 달하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검출되었고 이 때문에 사망했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안겼다.
이에 최초 발견자이자 최후 목격자인 지인 씨의 전 남자친구 안 씨는 지인 씨가 본인이 갖고 있던 마약에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음료수에 타서 마셨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후 목욕을 하고 나왔는데 자고 일어나 보니 사망해 있었다는 것.
그러나 지인 씨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지인 씨가 마약을 복용했을 리 없다고 했다. 마약과는 거리가 먼 데다 병원에서 의약품 안전 교육을 받는 간호조무사인 만큼 그럴 리가 없다는 것. 이에 유가족들은 안 씨가 지인 씨에게 마약을 몰래 먹인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이에 안 씨는 1년 전 헤어진 지인 씨를 우연히 만났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나눈 후 지인 씨가 먼저 마약에 흥미를 보였다는 것. 또한 목욕 후 별다른 문제없이 잠드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필로폰은 쓴맛이 강해 복용 후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렵다. 그리고 치사량을 복용했다면 경련이 있었을 텐데 복용 후 목욕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라고 했다.
그리고 당시 안 씨와 함께 살고 있던 친구가 집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음에도 몰랐다는 안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연락을 했던 정황으로 보아 거짓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현재 확인이 불가능했다. 안 씨는 사건 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폐기했고 현장에 있던 증거들도 모두 폐기했던 것.
사건 후 안 씨의 요청으로 현장의 물건들을 치웠다는 심부름센터 직원은 "지금 증거 다 태우고 있으니까 상관없어. 어차피 죽은 사람은 말이 없잖아, 뭔 상관이야. 증거도 없는데"라고 안 씨가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또한 만약 경찰에서 연락이 오면 서류만 처리해 달라고 했다고 이야기하라는 당부도 했으나 경찰에서는 전혀 연락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에 제작진은 안 씨와 심부름센터 직원이 증거들을 소각했던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불에 탄 증거들의 잔해를 발견했고 이를 수집해 수사 기관에 인계했다.
그리고 취재 중 안 씨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가 안 씨로부터 피해자를 욕조에 넣었다 뺐다는 말을 들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인 씨가 스스로 목욕을 하러 들어갔다는 주장은 거짓인 것.
이는 영화 '독전'에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영화 속에서 마약을 복용한 사람이 경련을 일으키자 응급처치로 얼음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던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이러한 행동은 응급 처치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인 씨의 사체에서 익사에 가까운 소견이 보인다며 "욕조 내에 집어넣었을 땐 살아있었다. 죽어가는 과정이었다"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발에 남은 상처에 대해서는 화상 후 물집이 생긴 것이 마찰을 일으켜 표피가 박탈된 것으로 보인다며 욕조에 들어갈 때 수전에 화상을 입었고 지인 씨를 욕조에서 끌어내는 과정에서 마찰성 표피 박탈이 일어났을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욕조에 떨어진 지인 씨의 반지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건져내는 과정에서 빠졌을 것이라 추정했다.
전문가는 "안 씨가 건넨 마약 복용 후 구토와 경련을 일으켰을 거다. 그리고 욕조에서 다량의 물을 마신 뒤 발버둥을 치다가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고 누군가에 의해 침대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상황을 분석했다.
또한 정황 상 지인 씨는 1시간 이내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빠른 신고로 적절한 응급 처치를 받았다면 지인 씨가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적은 나이에도 다양한 범죄 경력이 있던 안 씨. 그는 지인 씨와 교제를 하는 내내 지인 씨에게 잔인한 폭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금전까지 갈취하며 지인 씨를 괴롭혔던 것.
그리고 성관계 동영상으로 지인 씨를 협박하며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안 씨는 거금을 주고 산 마약을 왜 지인 씨에게 먹였을까? 이에 안 씨의 지인은 그가 과거 물뽕을 써보고 싶다며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여성과 관계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을 했었음을 밝혔다.
취재를 통해 제작진은 안 씨가 과거에도 지인 씨에게 약을 먹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전문가는 "약물을 통해서 쾌락을 극대화하고자 하는데 성관계를 멈추고 약을 먹고 잤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지 않다. 가해자가 순서를 거짓으로 뒤집어서 이야기할 수도 있지 않나 싶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상호 반응을 하는 파트너가 아니라 전혀 저항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을 때 쾌락을 느낀다면 성적 가학증이다. 가해자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성적 습벽이 있었을 거다. 그런 것들이 이어지며 이런 끔찍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현재에도 안 씨는 자신의 주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도 아들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 녹취를 통해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입조심을 시키는 정황이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상해 치사로 징역 9년 선고받은 안 씨는 현재 항소를 했다. 이에 전문가는 "고의로 먹인 것 같은 정황이 있고 피해자 사망이라는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매우 가벼운 죄로 기소되었다. 이는 처참한 결과다"라며 "해외의 경우, 마약을 배포했는데 그것을 복용해서 사망했고 그것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최소 25년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구치소에 수감된 후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안 씨. 그러나 그는 반성문을 통해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인 씨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과 반성은 전혀 없었던 것.
이에 마지막으로 방송은 "중요한 증거물들 모두 사라져서 안 씨의 일방적인 주장을 치밀하게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수사 당국이 두 사람의 과거 관계와 사건 현장을 면밀히 살펴봤다면 안 씨의 상해치사 9년형 판결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며 지금이라도 안 씨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증거가 남아있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수사에 보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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