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사고 엿새째
"비슷한 사고가 또 나는 건 아닐지 너무 걱정되죠. 새벽에 자다가 깨서 창밖을 살펴보기도 해요."
어제(16일) 오후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현장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 오 모(67) 씨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오 씨가 사는 아파트는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난 곳에서 200m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그는 사고 직후 붕괴 우려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자 아들의 집에서 머물다가 사흘 전부터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오 씨는 "광명시에서는 '추가 붕괴 위험이 없다'고 하지만 사고 지점이 아파트 단지에서 워낙 가깝다 보니 집에 있어도 또다시 사고가 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며 "실종자 수색 작업이 끝나고 현장 수습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지낼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 초등학교에 자녀를 등교시킨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초등학교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후 안전상의 이유로 지난 14~15일 이틀간 휴업했다가 16일부터 등교를 재개했습니다.
다만 학생들의 운동장 출입을 막기 위해 교정 곳곳에 통제선이 설치돼 있었고 학교 밖 골목 곳곳에 경찰관과 시 관계자 등이 배치돼 있어 일대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하교 시간대에 해당 초등학교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초등생 1학년과 3학년인 두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고 있는데 휴업 기간을 늘렸어야 한다고 본다"며 "아이들이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등하교해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제 오후 갑작스레 등교 재개 공지를 보고 일단 아이들을 등교하도록 했는데 당황스러웠다"며 "조만간 현장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며칠 더 쉬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고 지점과 이어지는 양지사거리 부근에 있는 일부 상점과 주유소 등도 사고 여파로 영업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양지사거리와 사고 지점 중간에 위치한 한 주유소 사장은 "엿새째 영업을 못 한 관계로 수백만 원이 훌쩍 넘는 영업 손실이 발생한 것 같다"며 "일단 실종자 발견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해 화장실을 개방하며 수색 작업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험물을 취급하는 주유소 특성상 붕괴 사고 수습 과정에서 다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일단 매일 직원들과 출근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붕괴 사고의 여파로 광명 양지사거리부터 안양 어린이천문대 앞까지 왕복 6차로 도로 800여m 구간의 통행은 전면 차단돼 있습니다.
이곳은 광명시 일직동과 소하동 주민들이 안양시로 향할 때 주로 거쳤던 구간이었으나 사고로 통제된 관계로 불편이 크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한 주민은 "안양시로 이동할 때마다 타던 마을버스를 통제로 인해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중교통을 타든 자차를 이용하든 통제 전보다 수십 분은 더 걸리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광명시에 따르면 16일 기준 붕괴 현장 부근인 구석말 주민 22세대 58명은 여전히 인근 숙박업소와 임시 숙소 등에 대피해 있는 상황입니다.
50대 김 모 씨는 "3일 동안 입을 옷과 약만 챙겨서 나와 가족 4명이 집 인근의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사태 수습이 더뎌지고 있어 난감하다. 일단은 하루빨리 실종자가 발견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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