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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기여자 자녀 조흐라 "히잡 벗어야 취업할 수 있을까요"

아프간 기여자 자녀 조흐라 "히잡 벗어야 취업할 수 있을까요"
▲ 아프간 기여자 자녀 미르자이 조흐라 씨

"히잡을 벗지 않아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4년째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 미르자이 조흐라(22) 씨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손가락에 그려진 붉은색 꽃 모양 '헤나'를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무슬림인 조흐라 씨는 헤나의 의미를 묻는 말에 "이슬람 명절인 이드(Eid) 마지막 날을 기념해 나쁜 생각과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로 그린 것"이라며 자랑하듯 손을 펴 보였습니다.

2021년 8월, 당시 불과 열여덟 살이던 조흐라 씨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집권을 피해 조국을 떠났습니다.

간호사 신분으로 한국 정부를 도왔던 특별기여자 아버지, 가정주부인 어머니, 네 명의 동생도 함께였습니다.

조흐라 씨는 "4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며 지난 한국 생활을 회상했습니다.

겉모습도, 생활하는 방법도, 사고방식도 모두 다른 낯선 땅에 처음 정착했을 때는 만만치 않은 문화적 장벽을 느껴야 했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언어와 생활 환경, 주민들의 홀대는 한국 생활의 힘겨움을 더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막내 남동생이 다니게 된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기존 학부모들의 입학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조흐라 씨는 "당시는 정말 마음이 힘들었다"며 "막냇동생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한국 사람들을 두려워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흐라 씨와 그의 가족은 지역사회에 잘 녹아들었습니다.

아버지는 HD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며 여러 명의 동료를 사귀었고, 어머니도 다른 다문화 학부모들과의 모임을 통해 타지 생활에 적응해갔습니다.

둘째 남동생은 아버지가 일하는 회사에 따라 취업해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셋째 여동생은 울산과학대 유아교육과에 들어가 이주민 아이들을 돌보는 유치원 선생님이 되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넷째와 초등학생인 막내는 각자 축구선수와 농구선수를 꿈꾸며 학교 팀에서 활약 중입니다.

정신없는 타국 생활 속에서 조흐라 씨의 시간도 빠르게 흘렀습니다.

1년간의 짧았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울산과학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 입학한 것도 벌써 2년 전, 성실히 공부한 끝에 조흐라 씨는 올해 2월 졸업장을 손에 쥐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2개월이 지난 지금,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여느 평범한 청년들처럼 '취업'입니다.

당초 아버지 같은 의료인이 되고 싶어 치과의사를 꿈꿨지만, 한국에서 외국인 신분으로 의사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대신 최근엔 출입국사무소 직원으로 일하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 컴퓨터 공부에 매진하고 있스빈다.

이민 경험과 언어 능력, 의사소통 역량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오전엔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고, 저녁 시간부터 밤늦게까지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합니다.

'힘들진 않냐'는 질문에 그는 "내년이면 남동생이 대학에 입학한다"며 "힘들긴 해도 동생들이 꿈을 이루도록 돕고 싶어 시간을 쪼개 일과 공부를 같이 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습니다.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도 성실히 학업을 이어왔지만, 무슬림 여성인 조흐라 씨에게 취업은 또 다른 도전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종종 간단한 일자리를 찾아 이력서를 내곤 하지만 서류 단계에서부터 탈락할 때가 아직은 많습니다.

또 하나의 난관은 그가 쓴 '히잡'입니다.

운 좋게 면접 기회를 잡더라도, 면접장에 들어서면 조흐라 씨의 머리에 두른 히잡에 먼저 따가운 시선이 날아와 꽂힙니다.

조흐라 씨는 "면접에 갈 때마다 '히잡을 벗을 수 없냐'는 질문을 들었다"며 "히잡은 제 정체성과 같다. 벗으라는 건 저라는 사람을 부정하는 말처럼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기회를 한국에서 많이 얻었다는 조흐라 씨는 "또래 여자 친구 중엔 학교에 못 가는 친구들도 많은데 저는 한국에서 마음껏 공부도 하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며 "우리 가족을 받아들여 준 한국 사회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히잡을 쓰든, 쓰지 않든,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며 "외모가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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