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살바도르 감옥에 입소하는 베네수엘라 출신 입소자들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외국인 추방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 명을 미국에서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비행기를 되돌리라는 법원 명령을 받고도 고의로 무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수갑을 찬 남성들이 군인들의 지시에 따라 비행기에서 내린 후 감옥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교도관들이 이들의 머리카락을 미는 모습을 담은 3분 분량의 영상을 16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영상에 담긴 장면들로 보아 추방 대상자들이 항공편으로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시점은 15일 밤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보스버그 판사가 추방령의 효력을 일시중단하는 결정을 내린 시점은 미국 동부 시간으로 15일 오후 7시보다 조금 전이었습니다.
엘살바도르 시간이 미국 동부 시간보다 2시간 늦은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명시적인 법원 명령을 무시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항공편의 출발 시각 등 추방을 둘러싼 상세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보스버그 판사의 명령에 적법한 근거가 없다면서 추방 대상자들이 이미 미국 영토를 벗어난 시점에 법원 명령이 내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앞서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보스버그 판사의 명령 내용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에구… 너무 늦었네"라고 적었으며,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개인 계정으로 부켈레 대통령의 게시물을 공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들은 비뚤어진 조 바이든과 급진 좌파 민주당에 의해 우리나라로 보내진 괴물들"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관련 영상을 공유하면서 부켈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엘살바도르 정부에 600만 달러(87억 원 상당)를 지불하고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국제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dA) 조직원 300여 명을 1년간 수감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보스버그 판사가 일시중단 명령을 내린 추방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AEA)에 근거해 14일 서명한 것으로 227년간 대규모 전쟁 시기에 3차례만 발동된 법이라 논란이 됐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미국 국경순찰대가 검거한 불법월경 시도자는 재작년 12월에 22만 5천여 명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 막판인 작년 12월에는 4만 7천330명으로 줄었고 트럼프 2기 취임 후인 올해 2월에는 8천347명으로 더욱 감소했습니다.
만약 2월과 같은 추세가 올해 내내 계속된다면 미국의 불법월경 시도자 검거 건수는 1967년께 이래 최저치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이주민 문제 전문가 애덤 아이잭슨은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만에 권좌에 복귀해 올해 1월 20일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오는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해왔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경순찰대나 해안경비대뿐만 아니라 유도미사일이 탑재된 해군 구축함까지 동원해서 남쪽 국경 경비 강화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USS 그레이블리'를 지난 14일 버지니아에서 출항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이는 남쪽 국경을 강화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방부와 북부사령부는 그레이블리호 배치가 "해양 관련 테러, 무기 확산, 초국가적 범죄, 해적행위, 환경 파괴, 해상을 통한 불법 이민"에 맞서 싸우기 위한 "조율되고 굳건한 대응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레이블리호의 정확한 배치 위치나 임무 등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카리브해나 멕시코만(미국식 이름 '미국만') 등에 대한 순찰 업무나 해상 난민 구금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되찾아야 한다는 등 발언을 쏟아낸 점과 이번 구축함 배치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강행하면서, 전문직 취업을 위한 H-1B 비자를 받아 미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대학병원 교수가 구금당한 후 추방된 사례도 나왔습니다.
신장이식 분야 전문가인 브라운대 의과대학의 라샤 알라위에(34) 교수는 지난달에 모국인 레바논에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갔다가 지난 13일 항공편으로 미국에 돌아왔다가 관세국경보호청(CBP) 공무원들에 의해 공항에서 구금됐습니다.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의 리오 소로킨 판사는 정부가 알라위에 교수를 추방하려고 하거든 법원에 48시간 전에 통보토록 하라는 명령을 14일 저녁에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통보 없이 알라위에 교수는 파리행 항공편에 태워졌고, 최종 행선지는 레바논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소로킨 판사는 15일 오전에 두 번째 명령을 내리고 관세국경보호청이 법원의 사전 통보 명령을 고의로 위반했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며 이를 해명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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