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모습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홈플러스 단기채권 규모가 2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반법인 판매분까지 합친 리테일(소매) 판매 규모는 5천400억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채권 판매잔액 6천억원 중 대다수가 개인·일반법인에 떠넘겨진 셈입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분석한 결과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천949억원입니다.
이 중 증권사 일선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2천75억(676건)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반법인에 판매된 규모는 3천327억(192건)입니다.
기술·전자·해운업 등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주로 홈플러스 단기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홈플러스 소매판매 규모가 구체적으로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채권 대부분이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 및 일반법인에 판매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불완전판매 의혹 등이 본격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이미 준비하면서도 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경우, 동양·LIG 사태처럼 대형 형사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난달에만 총 11차례에 걸쳐 1천807억원의 단기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ABSTB 발행이 1천517억원(4회)으로 가장 많았고, 단기사채 160억원(4회), CP 130억원(3회) 등 순입니다.
특히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이후에도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우량 점포를 팔아 현금화하고, 이를 다시 빌려 영업하는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백)' 전략을 써왔습니다.
이 같은 유형의 점포를 자산으로 편입한 리츠는 홈플러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투자자들에게 배당해왔는데, 홈플러스가 임대료를 미지급하기 시작하면 투자자들 손실이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둔 리츠와 펀드 규모를 1조원대 수준으로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해왔는지를 규명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신용평가사들을 상대로 검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미리 인지했거나 회생신청 계획을 미리 세우고도 채권 발행을 지속했다면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법적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는 검사권이 없으니 주관사와 신평사 검사를 통해 홈플러스와 어떤 논의가 언제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포위하듯 좁혀 나가야 한다"며 "관련성이 포착되면 MBK 검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번 주까지 증권사와 신평사 검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연장 검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분석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이르면 이달 중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 착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홈플러스 채권 투자자들의 민원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회생신청을 한 당일인 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금감원에 총 22건의 홈플러스 채권 관련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유동화증권 판매량이 가장 많은 하나증권에 불완전 판매 관련 3건의 민원이 들어왔고, 나머지 19건은 현대카드·롯데카드·신한카드 등 카드사에 집중됐습니다.
카드사는 개인에게 유동화증권을 직접 판매하지는 않았으나, 투자자들은 카드사의 신용 등을 믿고 카드대금을 기초로 하는 ABSTB에 투자했다는 입장입니다.
ABSTB가 변제 우선순위가 높은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으로 결론 난다면 증권사를 상대로 한 불완전판매 민원은 더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은 당장 증권사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들여다보기보다는 사기 발행 규명에 주력한다는 입장입니다.
투자자 책임이 일부 인정되는 불완전 판매와 달리 사기 발행이 인정되면 투자자가 전액을 상환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시장과 언론 등에서 제기되는 사기 발행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민국 의원은 "신용등급 하향 후 자금조달 경색 우려로 단 5일 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어불성설"이라며 "최소 2월에는 회생 절차 신청을 준비했으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 피해는 무시한 채 단기물을 2천억원 가까이 발행한 것은 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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