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를 알면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요즘 내가 놓치고 있는 흐름이 있는지,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트렌드 언박싱'.
한국은 2017년 이후 스타트업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7년 당시 3개에 불과했던 한국의 유니콘 기업 수는 2022년 22개로 증가하여 7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해 기준, 전체 창업 기업 수는 약 131만 7천여 개에 달했으며, 이 중 기술 기반 창업 기업 수도 약 23만 개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성장은 정부 지원의 지속적인 확대와 더불어 벤처캐피털(VC)의 신규 투자 증가, 액셀러레이터 수 확대, 그리고 M&A 및 IPO 건수 증가 등 스타트업 투자 환경의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일본은 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2016년 중고 거래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メルカリ, Mercari)가 유니콘 기업이 되기 전까지 일본에는 단 한 개의 유니콘 기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6년 동안 10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지만, 그 수는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6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스타트업 지원 규모는 단 0.03%에 불과했으며, 이는 기술 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현실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벤처캐피털 기업인 소프트뱅크 그룹의 비전 펀드조차 자국 스타트업보다는 한국, 중국, 인도, 미국 등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본의 창업률은 약 4.6%로, 미국의 9.3%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스타트업 불모지 일본
또한, 일본은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lobal Entrepreneurship Monitor, GEM)가 매년 발표하는 스타트업 하기 좋은 환경을 가진 국가 랭킹에서도 일본은 경제 규모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은 23위에 머물렀으며, 이는 한국(10위)보다도 낮은 순위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일본의 특유한 문화와 경영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문화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사회로, 안정성과 규범 준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스타트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본은 가업 승계를 중시하는 문화가 장수 기업의 형성을 촉진했으며, 혈연뿐만 아니라 양자나 데릴사위를 통한 승계도 일반적이었다. 예를 들어, 오사카 센바 상인들은 "아들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사위는 선택할 수 있다"는 말로 아들, 딸 구분 없이 가업의 승계를 중시하는 문화를 반영했다. 스즈키 자동차의 경우, 2대부터 4대까지 최고경영자가 모두 데릴사위였던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후계자 부족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폐업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 M&A종합연구소(M&A Research Institute Holdings Inc.)가 있다. 이 기업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업 간 M&A를 주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창업자인 사가미 슌사쿠는 1991년생으로 일본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일본의 경영 환경은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제가 정착된 구조로, 기업은 주주보다는 종업원 중심으로 운영되며 조직과 인사 관리를 중시한다. 이로 인해 창업보다는 대기업 입사가 선호되며, 경직된 채용 시스템과 낮은 이직률이 스타트업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연금 시스템은 장기근속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중도에 회사를 옮기거나 창업을 고려하는 개인들에게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내수 중심의 경제 구조 역시 문제로 작용하며, 수출 비중이 적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더욱이 연구개발(R&D)은 활발하지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이 부족하며, 새로운 기술 수용 속도가 더딘 점도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스타트업 관련 정책 변화
기시다 정부가 들어선 후, 일본 정부는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며 기술 혁신, 인적 투자, 디지털 전환(DX)에 대한 지원 및 투자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22년을 '스타트업 창출 원년'으로 선언하고, 5년 이내에 스타트업 수를 10배로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2022년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투자 규모 또한 2022년 1조 엔에서 2027년까지 10조 엔으로 대폭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일본 국민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을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하는 계획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2023년 4월에는 일본 내수 경제 및 산업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Web3.0 백서를 승인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암호화폐, 대체불가능토큰(NFT), 탈중앙화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 등 새로운 금융 가치 창출을 위한 관련 산업 성장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시바 정부 또한 스타트업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10조 엔 규모였던 투자 계획을 확대하여, 10년 동안 50조 엔 이상의 공공 및 민간 투자 유치를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AI 및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DX)과 스타트업 지원을 연계한 정책을 장려하고 있으며, 새로 임명된 타이라 마사아키 디지털 장관이 암호화폐 활성화를 위한 세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양국 모두 기술 혁신을 중시하며, 전자 및 자동차 산업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높은 교육 수준과 우수한 인재 양성을 바탕으로 기업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는 환경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또한,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비교우위를 지니고 있다. 일본은 풍부한 자본과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은 ICT 기술과 혁신 인재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협력을 통해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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