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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에 치를 떨던 독일…'젊은 극우' 지지세 높아졌다 [스프]

[오그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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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복잡한 이야기들, 5가지 그래프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오그랲입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다섯 가지 그래프로 설명하는 오그랲, 오늘의 주제는 '갈라진 독일'입니다.

지난 2월 23일 독일 총선에서 극우 정당으로 분류되는 AfD가 제2정당이 되었습니다. AfD는 과거 신 나치주의자들과 손잡고 '이민자 추방 계획'을 짠 사실이 폭로돼서 독일 사회를 뒤흔들었던 정당입니다. 게다가 소속 의원이 나치 옹호 발언을 하기도 해서 유럽의회의 극우 교섭단체에서조차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퇴출한 이력이 있죠.

그런 극우 정당이 도대체 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또 지역에 따라 지지세가 완전히 갈라진 건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총선이 보여준 갈라진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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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는 다양한 색깔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있습니다. 극단적 진보주의부터 극단적 보수주의까지. 일단 지금 정권을 잡은 건 붉은색의 사회민주당, 사민당입니다. 독일 정치권에서 가장 당세가 큰 양당 중에 하나로 중도좌파 성향의 진보 정당이죠.

사민당 전까지 정권을 잡고 있었던 정당은 바로 중도우파 성향의 기독민주당입니다. 자매 정당으로 기독교사회연합이 있는데 이 둘은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사실상 하나의 정당처럼 움직이고 있죠. 오늘 영상에선 기민련으로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민당 오른쪽에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 AfD가 위치합니다.

노란색의 자유민주당은 범보수 영역에 있고, 녹색당과 좌파당은 진보 영역에 위치합니다. 좌파당 왼쪽엔 극단적 진보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BSW도 있습니다.

독일은 이렇게나 많은 정당이 있기 때문에 특정 정당 하나가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 여러 정당이 연합해서 정부를 구성하죠.

가장 큰 두 당인 빨강 검정이 묶이면 대연정이라 부르고요. 빨강 노랑 초록 이렇게 묶이면 신호등 연정, 빨강 초록이 묶이면 적록 연정, 빨강 검정 보라가 묶이면 블랙베리 연정 이렇게 부르고 있어요.

독일은 최근까지 신호등 연정을 유지해 오다가 여러 가지 갈등 끝에 연정이 붕괴되었고, 일찍 총선을 치른 게 바로 지난 달이었던 겁니다.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로 총선 결과를 한눈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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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지난 총선 결과고요, 오른쪽이 이번 총선 결과입니다. 지난 선거 때엔 중도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빨간색)이 독일을 가득 채웠지만, 2025년 지도를 가득 메운 건 중도보수 성향의 검은색으로 표시된 기민련입니다.

4년 전, 지역구로만 121석을 먹었던 사회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선 44석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반면 기민련은 지역구 143석에서 172석으로 크게 늘어났죠.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보면, 사회민주당은 총 121석으로 직전 대비 85석이나 줄어들었고, 기민련은 208석을 획득해 제1정당에 등극했습니다. 결국 3년 5개월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겁니다.

사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1등이 뒤바뀐 것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바로 파랗게 물들어있는 과거 동독 지역입니다. 동독 지역에서 AfD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폴란드 국경에 맞닿아 있는 작센주의 괴를리츠에서는 46.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기도 했어요. AfD는 총 151개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독일 내 제2정당이 되었습니다. 독일 총선에서 기민련 혹은 사회민주당이 아닌 정당이 2등을 차지한 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 일을 극우 정당이 해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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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과 서독이 이렇게 완벽하게 갈라져 있는 결과가 나온 건 사실 이번 선거가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같은 지도가 아닌데 올해 총선 결과와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거의 똑같습니다. 빨간색의 사회민주당이 여당인데도 불구하고, 지도에서 찾아보긴 어렵고요. 구 서독 지역에서는 기민련이 압승을 거두었고, 구 동독 지역에서는 파란색의 AfD가 전 지역을 휩쓸었습니다.
 

연령과 성별로도 갈라진 독일?

이번엔 지역이 아닌 연령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극우를 생각하면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고령층 이미지가 세다 보니 연령대가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독일도 그럴까요? 연령별 정당 지지 그래프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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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에서의 AfD 지지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선 중도보수인 기민련(검은색)이 1위를 차지했어요. AfD의 지지율은 진보 정당인 사회민주당(빨간색)보다도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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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D가 전 연령대에서 받아 든 지지율 성적은 20.8%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지세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3040이죠. 35세부터 44세에서 AfD의 지지율은 26%입니다. 10대와 20대로 연령을 더 낮춰도 AfD의 지지율은 평균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요. 즉 AfD의 승리는 고연령층이 주도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전통적으로 독일 청년들은 사민당과 녹색당 같은 진보 정당에 투표를 해왔습니다. 2022년 독일의 싱크탱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14~29세)들의 녹색당 지지율이 19.5%로 다른 어느 당보다 높았어요. 하지만 2024년에는 1위가 AfD로 바뀌었습니다.

전문가들은 AfD의 청소년단체 JA의 영향력이 커진 결과로 해석합니다. JA는 SNS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청년층에게 빠르게 다가가 영향력을 넓혔습니다. 또 동독 지역의 몰락한 문화 공동체, 사회 공동체 영역의 빈틈을 JA가 파고들어 젊은 층의 지지세를 끌어올렸어요.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콘서트도 하고, AfD 지도자와 오토바이 여행 이벤트도 운영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극우 바람이 단순히 이번 선거 한 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어요.

변수는 18세와 24세 사이 젊은 층에서 1위를 차지한 정당이 AfD가 아닌 좌파당이라는 겁니다. 1020세대에서 좌파당은 무려 25%의 지지율을 받아냈습니다. 사민당, 녹색당 등 여타 다른 진보 정당들은 죽을 쒔지만 좌파당은 진보 세력 가운에 유일하게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좌파당이 거둔 64석은 통일 독일 이래 최대 성과입니다. 좌파당의 대표인 하이디 라이히네크는 10대, 20대 사이에서 하이디 여왕이라는 별칭으로 지지를 받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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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당과 AfD는 성별로도 크게 나뉩니다. 페미니즘 노선을 보인 좌파당은 상대적으로 여성 청년들이 더 지지를 하고 있고, AfD는 남성 청년들의 지지세가 높습니다.
 

'이민자'가 지배한 독일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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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독일은 어떤 상황이었을까요? 2021년부터 현재까지 독일의 정당 지지율 흐름입니다. 2021년 말부터 정권을 잡은 사회민주당의 빨간 선을 보면 꾸준히 하락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았던 독일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어요. 물가도 오르고, 제조업도 둔화되면서 경제 자체가 활력이 사라진 겁니다. 독일 사람들 입장에선 살기 엄청 빡빡해진 거죠.

게다가 계속된 이민 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사회민주당의 지지율은 10%대를 유지하기 급급했습니다. 게다가 선거를 앞두고는 이민자들의 강력 범죄가 잇달아 발생해서, 이 이민자 이슈가 독일 총선을 다 흔들어버렸습니다. 작년 12월엔 사우디아라비아 이민자가 크리스마스 시장에 차량 테러를 일으켰고, 지난달엔 뮌헨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노조 집회를 향해 차량 돌진을 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난민들을 다 추방해야 한다고 부르짖던 AfD의 정책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됩니다. 그 영향이 동독 지역에서 극대화된 거고요. 그런데 말이죠. 정말 독일 이민자들은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고 있는 걸까요? 데이터로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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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독일에서 범죄를 저질러서 잡힌 피의자는 모두 201만 7천552명입니다. 그중에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만 따로 보면 17만 8천여 명으로 비율로 따지면 8.9%입니다. 최근 10년 사이 2023년이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번엔 인구 규모와 비교해서 살펴보도록 할게요. 독일의 이민자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에 용의자 수를 넣어 계산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2015년 피크를 찍고 감소하는 추세죠. 하지만 2023년에 다시 증가한 모습입니다. 즉, 이민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범죄가 급증했다고 보긴 어려운 겁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난민과 이민자들의 강력 범죄가 이어지면서 난민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AfD의 지지세가 커졌습니다. 중도보수로 구분되는 기민련에서도 이러한 반난민 여론에 부응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어요. 기민련의 메르츠 대표는 출국 의무자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구금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민법 개정을 제안했고 이 법의 개정을 위해서라면 AfD와의 협조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AfD는 독일 정보기관 연방헌법수호청으로부터 '극우 정당'이라는 이유로 감시를 받고 있는 정당입니다. 그런데 AfD와 손을 잡는다라? 메르츠 대표의 이 행동은 독일 정치권에 엄청난 파문을 낳았습니다 나치를 겪은 독일에서는 '극우'와의 협력은 금기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방화벽을 메르츠 대표가 깨버린 거죠. 은퇴한 메르켈 총리도 자신의 당이 극우 표에 의존하기로 한 결정을 크게 비난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정책은 유권자들에게 정확히 작동했습니다. '외국인이 독일에 너무 많이 유입돼 걱정된다'고 답한 유권자는 전체의 55%였습니다. AfD 지지자는 89%가 걱정된다고 대답했고요. 기민련 지지자의 70%도 외국인 유입을 걱정했습니다. 그 결과로 AfD는 제2당이 되었던 거고요.
 

공산주의 동독에서 극우는 어떻게 꽃피었나

그런데 말이죠. 여전히 의문인 지점이 있습니다.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불안감은 동독, 서독 지역을 가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해보면 동독 지역의 사람들이나 서독 지역의 사람들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왜 동독에서 유독 AfD가 강세인 걸까요? 공산주의를 경험한 동독에서 극우주의가 강세인 이유,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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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외국인 비율입니다. 서독 지역은 많지만 베를린을 제외한 동독 지역은 외국인 비율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서독은 과거부터 이민자를 받아들여 왔어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독을 재건하기 위해 이주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죠. 특히 튀르키예 출신 노동자들이 많이 건너왔습니다. 하지만 동독은 그렇지 않았어요. 러시아, 베트남 같은 일부 공산주의 국가의 유입이 있었지만 그리 많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 서독은 상대적으로 이민자에게 더 개방적인 반면 동독 지역의 사람들은 배타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동독 지역의 낙후된 경제 환경도 이민자를 배타적으로 하게 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극심한 경제적 침체를 겪었던 동독 지역 사람들 입장에서 이민자에 대한 독일 정부의 관대한 대우는 매우 큰 자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독 사람인 나도 힘든데, 난민들을 더 잘 대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불평등하고,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독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베르텔스만 재단에서는 동독에서 난민 문제가 더 큰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AfD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민자들이 우리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요. 이 메시지는 동독 지역에 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또한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의 인구 구성도 생각해 볼 지점입니다. 독일이 통일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사는 서독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서독으로 넘어간 사람들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고 그러다 보니 동독 지역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많이 남아 있게 된 거죠. 이 어르신들 입장에선, 동독에서 공산주의도 경험했고, 통일 전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지라 민주적 정당보다는 권위주의적 정당에 마음이 갈 수도 있다, 뭐 요런 분석도 나옵니다. 그래서 실제로 동독 지역은 극우 정당인 AfD만 강세가 아니고 극단적 좌파 정당 BSW도 득표율이 높게 나오고 있어요.
 

'우리는 독일이 아니야' 동독 지역의 현실

통일 이후 34년이 넘게 흘렀고, 동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동독 지역 사람들은 고립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주의회 선거에서 AfD에 표를 몰아준 동독 지역 유권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2등급 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죠. 작센주 유권자의 74%, 튀링겐주 유권자의 75%가 '동독인은 여전히 2등 시민'이라고 답했습니다. "정치, 경제 영역에서 서독인이 너무 많이 지배하고 있다"는 질문에도 두 지역의 유권자 4명 중 3명꼴로 동의했습니다.

"왜 주요 결정들은 서독 중심으로 이뤄지는 거지?", "왜 서독 출신 정치인들은 동독 지역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거지?",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서독 정치인들은 다른 난민들을 먼저 돕겠다고 나서는 거지?" 이러한 불만이 모이고 모여 유럽의회 선거, 주의회 선거, 총선에서의 결과가 나온 겁니다. 게다가 사회 지도층에서 서독 출신의 영향력이 크다는 인식은 실제 팩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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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정계, 재계같이 사회 지도층에서 동독 출신은 얼마나 될까요? 전체 인구에서 동독 인구의 비율은 5명 중 1명, 20% 수준입니다. 그러면 20%의 비율을 보일까요? 독일 연방정부의 최상위 기관(총리실, 각 부처 등)에서 동독 출신 기관장은 15% 수준입니다. 베를린을 제외한 동독만 고려하면 그 비율은 7.8%까지 떨어지죠. 상급 연방기관(연방 경찰청, 연방 통계청 등)으로 내려가면 더 내려갑니다. 기관장 가운데 동독 출신 비율은 3.3%. 30명 중 1명꼴입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전체 관리직을 보더라도 비율은 8.6% 수준에 그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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