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농촌빈집은행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전국적으로 빈집이 늘면서 관리와 활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
빈집은 도시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범죄에도 악용될 우려가 있어 사회 문제로 급격하게 떠올랐습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는 임차인과 연결해주는 '빈집 중개 플랫폼'을 도입하는가 하면 빈집을 사들여 다른 시설로 바꾸는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부산 중구는 부산의 옛 도심에 속한 지자체 중 한 곳으로 600가구 정도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입니다.
중구는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지자체가 공인중개사를 위촉하고, 지자체가 직접 빈집 중개 수당을 지급하는 '빈집뱅크'를 도입했습니다.
3월 현재까지 2건의 임대차 계약이 성사됐고, 2건은 진행 중입니다.
빈집 뱅크 시행 이후 지난 1월 이 시스템을 통해 빈집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입주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임 모 씨는 중구 영주동에 위치한 2년 이상 비어있던 아파트를 빈집뱅크를 통해 알게 되면서 전세 2천만 원에 계약했습니다.
구청에서 집수리비 500만 원을 지원받아 방 2개, 화장실 1개, 거실 1개, 베란다 등을 새로 꾸몄습니다.
임 씨는 "빈집뱅크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며 "특히 산복도로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해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구는 빈집의 주인이 매물 중개를 요청하면 1년 이상 공실이었는지, 상태가 양호한지 등을 조사한 뒤에 구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빈집뱅크 사이트에 매물을 올리고, 임차인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중구 관계자는 "매년 빈집 정비 계획을 세우는데 철거 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며 "빈집뱅크를 통해 빈집 해소는 물론 원도심으로의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창원시도 2020년부터 빈집플랫폼을 구축해 지역 내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빈집의 매매, 자기개량, 임대형, 공공용지 활용 등 다양한 사업 유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활용 중입니다.
전남지역 지자체는 빈집을 활용해 도시재생사업을 하거나 귀농·귀촌인에게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등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강진군은 빈집 주인으로부터 집을 빌린 뒤 5천만∼7천만 원의 공사비를 들여 리모델링하고, 이를 전입자에게 장기 임대합니다.
임차인은 보증금 100만 원을 내고 월세 1만 원만 부담하면 됩니다.
경남 하동군은 지난해 10월부터 농촌 빈집을 정비해 귀농·귀촌인과 소유자를 연결해주는 중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군은 활용할 수 있는 빈집 중 소유자의 공개 동의를 받은 110가구의 정보를 군 홈페이지에 공개해 입주를 희망하는 외지인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창녕군은 지역 빈집을 활용해 식당을 운영하는 '농촌지역 경제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요식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와 협력해 내동마을의 빈집 20곳 중 4곳을 명물 식당으로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시도입니다.
충남도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신혼부부에게 임대하거나 쉼터로 조성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공모로 선정한 빈집에 한 동당 최대 7천만 원을 들여 보일러 교체, 지붕·부엌·화장실 개량, 내외부 마감 공사 등을 한 뒤 저소득층, 귀농·귀촌인,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4년 이상 임대하는 방식입니다.
빈집·상가·창고 등 원도심 내 방치된 건축물을 매입 후 철거해 주차장이나 포켓 공원, 문화공간, 쉼터 등으로 조성하는 원도심 빈집 개발도 예정돼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에 방치돼 환경을 저해하는 빈집을 정비하는 지원 사업을 상반기에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농촌소멸 대응 빈집 재생 사업'을 통해 빈집 밀집 지역에서 빈집을 주거와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문화 체험, 창업 공간 등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농식품부는 이달 31일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 신청을 받은 뒤 3개 시·군을 선정하고 지역당 3년간 사업비 21억 원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과 농촌 빈집 거래 활성화를 위한 '농촌빈집 은행' 구축 사업도 추진합니다.
농식품부는 농촌 빈집 거래를 위해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번 사업을 마련했습니다.
농촌 빈집 은행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농촌 빈집을 매물화하고, 관련 정보를 민간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구축합니다.
또 빈집 정보를 귀농·귀촌 통합 플랫폼 '그린대로'와 한국부동산원의 빈집정보플랫폼 '빈집애' 등과도 연계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농식품부는 올해 상반기 내 부동산 거래 플랫폼을 통해 농촌 빈집이 거래될 수 있도록 사업에 참여할 지자체와 관리기관, 공인중개사 등을 이달 모집합니다.
제주와 전북 부안군, 충남 예산군은 이번 사업에 우선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최근 통계청 주택총조사를 토대로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미거주 주택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빈집 수는 2023년 말 기준 153만 4천 가구입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5.7%, 2015년 대비로는 43.6%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전체 주택 가운데 빈집 수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5년 6.5%에서 출발해 전반적으로 증가세입니다.
2019년에는 8.4%까지 치솟았다가 2021년 7.4%로 떨어졌지만 2022년 7.6%, 2023년 7.9%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전체 빈집 가운데 18.6%를 차지했으며 경남(8.7%), 경북(8.4%)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인구 대비 빈집 수 비중을 보면 전국 기준으로 인구 1천 명당 빈집 수는 29.9가구로, 2015년(1천 명당 20.7가구)보다 늘었습니다.
전남은 1천명당 67.2가구, 강원도는 54.0가구, 충남은 53.1가구로 각각 조사돼 인구수가 적은 비수도권의 '인구 대비 빈집 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하희 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지역 내 빈집을 지자체 공유재산으로 편입한 뒤 정비·리모델링을 거쳐 저소득층과 청년층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거나 용도를 상업용으로 전환해 저렴한 대부료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은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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