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때부터 꿈꿨던 로잔 콩쿠르…"기싸움 치열했지만 즐기며 우승했어요"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발레리노 박윤재
박윤재 더골룸1
로잔 콩쿠르에서 한국인 남성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16살 박윤재 군. 그에게 로잔은 단순한 콩쿠르가 아니라 발레를 시작한 5살 때부터 동경해 온 꿈의 무대였습니다. 로잔은 무대의 경연뿐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까지도 평가하는 특별한 콩쿠르인데요, 시작부터 경쟁자들의 기싸움이 치열했다고 하죠. 박윤재 군은 낯선 환경,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별로 떨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콩쿠르 전 과정을 '즐겼다'는 그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세요.
 

김수현 기자 : 로잔 콩쿠르를 언제부터 생각하셨어요? '나 저런 콩쿠르에 한번 나가봐야지?' 이런 생각을...

박윤재 발레리노 : 사실 저는 발레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로잔 영상을 봐왔기 때문에 로잔 무대에 대한 꿈은 발레를 처음 시작한 완전 아기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몇 살에 시작했는데요, 발레를?

박윤재 발레리노 : 저는 그냥 거의 놀이로 생각하면서 5살 때 누나 따라서, 그냥 누나 하는 걸 보고 '우와,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할까?' 누나가 하니까 그냥 저도 하고 싶어지고 그냥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발레를 접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럼 5살 때부터 로잔 콩쿠르 영상을 보셨어요?

박윤재 발레리노 : 네. 사실 누나가 일단 발레를 하다 보니, 부모님도 사실 발레를 좋아하시는 편이라서 부모님께서 그냥 발레를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그냥 재미있게 보면서 이게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로잔 콩쿠르를 하도 봐오다 보니 꿈을 꾸고 있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그렇구나.

이병희 아나운서 : 5살 때 기억이 잘 안 나지 않나요. 진짜 가물가물한데. (웃음)

김수현 기자 : 그러게요. 그러면 그렇게 꿈꾸던 로잔에 갔는데 제일 처음의 느낌은 어떠셨어요?

박윤재 발레리노 : 외국 애들이 되게 기가 셌어요.

김수현 기자 : 아.

박윤재 발레리노 : 외국 애들은 되게... 뭐라 그래야 될까? 한국 친구들은 보통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친구가 괜찮은지 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았을지를 생각하는데. 그래서 몸을 풀면 대부분 한국 친구들은 짐을 정리해 놓는다든가 다른 친구들이 몸을 풀 수 있게끔 자기 짐을 치워놓고 공간을 만들어주는데, 외국 친구들은 다 그냥 자기 자리 '여긴 내 자리' 막 이렇게 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사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또 착한 친구들도 있었고 사실 막 기가 세다고 해서 나쁘다는 거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약간 기가 셌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경연이니까 약간 기싸움에서 내가 먼저 주도해야 된다 그런 건가요?

김수현 기자 :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박윤재 발레리노 : 몸을 풀면서도 서로를 막 쳐다보고 있고, 쟤는 어떤지, 쟤가 A 그룹인지 B 그룹인지.

김수현 기자 : 그렇죠. 같은 그룹에서 하는데 '쟤가 너무 잘한다' 이러고.

박윤재 발레리노 : 계속 쳐다보고 있어요. 다 이렇게.

김수현 기자 : 그럼 본인은 기가 안 센가요?

박윤재 발레리노 : 저는 사실... 저도 조금 세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친구들은 더 만만치 않더라고요. 저는 눈치를 봐가면서 친구들을 관찰했는데 친구들은 대놓고 보고 있어요, 이렇게. 대놓고 그냥 이렇게 앞에서 보고.

이병희 아나운서 : '잘하나 보자' 이러고.

박윤재 발레리노 : '심상치 않구나'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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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아나운서 :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보든지 말든지?

박윤재 발레리노 : 저는 그냥 '보려면 봐봐' 이러면서 즐기면서 했죠.

김수현 기자 : 제가 그 파이널 경연하는 거를 봤는데 진짜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물론 경연이니까 당연히 남들하고 경쟁하고 그러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런 거 그렇게 신경 안 쓰고 '그냥 내가 좋아서 추는 거야'라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랬어요, 실제로?

박윤재 발레리노 : 네. 저는 되게 그 무대에서, 로잔에 가서 제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전혀 안 떨었었다는 게 제일 컸었던 것 같아요. 사실 셀렉션, 그러니까 파이널 전 무대에서는 전혀 안 떨었어요. 정말 그냥 무대가 너무 재밌다라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진짜 이 무대에서 내가 무용하는 걸 사람들에게 뽐낼 수 있구나'라는 마음이 제일 커서 전혀 안 떨고 실수를 해도 '그냥 너무 재밌다' 이러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보니 후회도 없었어요. 그리고 이제 사실 파이널에서는 조금은 떨었지만 그래도 제가 나갔던 콩쿠르 중에서는 가장 안 떨었던 콩쿠르였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가장 큰 콩쿠르인데.

이병희 아나운서 :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박윤재 발레리노 : 가장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워낙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이기도 하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만약에 그 무대에서 실수를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내가 행복하게 춤추는 모습, 나 자체, 사실 무용은 그 사람의 본질이나 인성이 다 드러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춤만 봐도 사실 무용을 조금만 아는 사람들은 다 나와요. 그래서 나는 그거를 루잔에서, 무대에서 뽐내고 싶다 그런 생각이 좀 들다 보니까 사실 저는 박수 받고 막 사람들한테 관심받고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환호를 받고 박수를 받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어서 사실 후회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보여주고 즐기고 오자라는 마음이 제일 커서 안 떨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파이널 무대 한번 다시 볼까요?

김수현 커튼콜+ △ 제53회 로잔 콩쿠르 결선 무대 감상
※ 박윤재 클래식 부문 연기는 56:24부터, 현대무용 부문 연기는 1:39:38부터, 시상식은 2:16:24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 이렇게 얘기하실 때는 너무 소년인데 아직도...

김수현 기자 : 저게 파리의 불꽃이죠? 이게 근데 사실 전막으로 하는 거는 본 적이 없어요. 굉장히 저렇게 한 부분은 많이 하는데...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박윤재 발레리노 : 보통은 러시아 쪽에서 이제 볼쇼이에서 유튜브에 영상이 가장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아, 네.

박윤재 발레리노 : 네. 파리의 불꽃 전막하면은 볼쇼이 발레단 영상이 가장 많이 떠서... 근데 한국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한 번도 본 적은 없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볼쇼이에서 많이 하는데 얘기는 파리 혁명 뭐 이런 거잖아요.

박윤재 발레리노 : 네.

김수현 기자 : 근데 한국에서는 한 적이 없군요. 근데 저런 식으로 이제 갈라나 이럴 때는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박윤재 발레리노 : 사실 관객들은 더 강렬하고 밝은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파리의 불꽃이라는 작품 자체가 갈라에서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테크닉도 많고 에너지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강렬한 작품이라서.

김수현 기자 : 그러면 저 춤을 추는 캐릭터는 그 안에서는 어떤 캐릭터인지.

박윤재 발레리노 : 간단하게 얘기해서 혁명가예요. 승리해서 기뻐서 추는 춤이라고 저는 알고 있어요. 저 장면 자체가 혁명에 성공하고 기뻐서, 보통 이렇게 옆의 사람들과 같이 이렇게 소통하면서 추는데 콩쿠르다 보니까 사람은 없지만 이렇게 제스처나 사람을 끌고 '으악' 하는 그런 에너지가 느껴지듯이 승리하고 돌아오는 그런 되게 깊은 환호에 찬 모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래서 그런 게 느껴진다니까요.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요.

김수현 기자 : 근데 파리의 불꽃을 한 다른 사람들도 있죠?

박윤재 발레리노 : 네.

김수현 기자 : 그렇죠. 그러면 '쟤는 어떻게 하나' 이렇게 다른 사람들 할 때 보셨나요?

박윤재 발레리노 : 사실 원래 보통은 제가 다른 친구들 보고 위축될까 봐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 콩쿠르에서는 그냥 다 봤던 것 같아요. 저 아이는 어떻게 하는지 내가 못하는 부분은 저 아이는 어떻게 할지 궁금해서 저는 다 챙겨봤던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진짜 이번에는 되게 정말 즐기는 마음으로 하셨나 보다.

박윤재 발레리노 : 되게 이번 콩쿠르는 저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키가 크다 보니까 점프랑 턴의 안정성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보통은 테크닉이 없는 작품을 많이 했었는데, 저렇게 무대에서 테크닉을 많이 하고 점프가 많이 있는 작품을 한 건 저게 처음이었고.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박윤재 발레리노 : 네. 또 이제 현대 작품도 지정작이다 보니까 무대에서 또 처음 하고. 또, 다른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했다는 게 사실 엄청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보통은 그냥 '나만 잘하자'라는 마음으로 다른 친구들은 안 보고 마인드 컨트롤을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그냥 '모든 방법을 활용할 줄 알아야 나중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조금 채용했던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시상식 때 이름이 딱 불릴 때 어떠셨어요? 그전에 밑에부터 발표를 하니까 이제 막 3등, 2등 이랬을 때 '어? 내 이름 아직 안 불렸는데. 혹시 내가?' 이런 생각 하셨죠?

박윤재 발레리노 : 되게 웃긴 게 파이널 무대가 끝나고 저는 그렇게 제가 잘한다고 평가를 안 하는 성격이다 보니까 그냥 '저 친구가 훨씬 잘했으니까. 저 친구도 너무 잘했으니까. 저 친구는 근데 서양인이네? 아, 이번에 상은 포기해야 되겠구나'라고.

김수현 기자 : 아, 진짜요?

박윤재 발레리노 : 네. 그런 마음가짐으로 기다리다가 베스트 영 탈렌트 상이라고 또 이제,

김수현 기자 : 네, 그걸 타셨죠? 그게 먼저.

박윤재 발레리노 : 네. 호명돼서 '너무 좋은데?' 이러고 '감사합니다' 하고 받고 이렇게 들어와서 '나는 이 상이 끝이겠지? 그냥 조금만 욕심내도 9등만? 8등만?' 거의 그런 느낌이었어요.

김수현 기자 : 아, 진짜요?

박윤재 발레리노 : 제가 상위권을 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못 했던 상황이었어서. 제가 1등 할 거라 생각했던 친구가 조금 이른 순위에 나와서 '뭔가 잘못됐는데? 잠깐만 이건 아닌데. 더 잘한 친구가 있었나 보다. 내가 못 봤나 보다' 이러다가 이제 2등으로 저보다 한 살 어린 친구가 또 불리면서 '설마 아니겠지. 설마. 설마, 아니겠지.' 제가 '얘는 상을 탈 거야'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다 앞에서 불리는 바람에 이제 '아니겠지? 아니겠지?' 이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 번호랑 이름을 불러주셔서 딱 나갔는데... 사실 저 아직까지 그때를 잊지 못해요. 순위를 제가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제 이름도 잘못 들은 줄 알고 두리번대다가 끄덕끄덕하시더라고요, 심사위원분들이. 그래서 인사하고...

김수현 기자 : 시상식 장면이 있습니다.

박윤재 더골룸1
김수현 기자 : 두리번두리번하네요, 진짜.

박윤재 발레리노 : 인상에 남았던 게, 저 뒤에 이제 나중에 인사드릴 때 또 한 번 나가서 인사드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심사위원분들 몇 명이 울고 계시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진짜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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