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알바생
"사장들 사이에서 쪼개기 계약을 하지 않으면 바보로 통합니다. 14시간 단위로 고용하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많아졌어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45) 씨는 지난 5일 이렇게 말하며 씁쓸해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아침과 밤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총 8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쓴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초단기 근로' 또는 '쪼개기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입니다.
초단기 근로자는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근로기준법상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근로자에게 사업주는 퇴직금, 유급휴일,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할 의무가 없습니다.
내수 경기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러한 초단기 근로자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따 마감 알바 하나 더 하러 가야 해요." 지난 10일 종로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최 모(23) 씨는 전일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른바 'N잡러'(다중 직업자)인 그는 카페에서도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 씨는 일이 없는 요일에는 '당근알바'나 '급구' 같은 초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을 통해 '틈새' 알바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당 서빙, 택배 포장, 물류창고 정리, 화이트데이 행사 도우미 등 딱 하루 동안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설명입니다.
경기 불황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주휴수당이 부담이 되면서 풀타임 일자리가 줄어든 탓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앞둔 2023년 1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작년 11월 570만여 명보다 20만 명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오늘(11일) "5인 미만 사업장에 주휴수당을 적용할지 여부는 늘 논란의 대상"이라면서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쪼개기 알바' 같은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줄어드니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청년층(15∼29세)의 고용보조지표3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p) 오른 16.4%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증가폭은 2021년 2월 이후 3년 11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고용보조지표3은 노동시장에서 채워지지 못하는 실질적 일자리 수요를 포괄해 나타내는 지표로, 피부로 느끼는 고용 상황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체감실업률'이라고도 불립니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크게 악화한 것은 '불완전 취업 상태'인 청년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어쩔 수 없고 노무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쪼개기 알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초단기 계약 시 노동의 질은 떨어진다"며 "노동자로서 명확한 소속이나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이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소비 행태가 많이 변했고 잠재적인 폐업자는 여전히 많이 있다"면서 "4차 산업 혁명으로 서비스 직종이 대체되는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면 소비 동력도 떨어져 악순환에 빠진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일자리의 책임 부처인데 고용과 노동을 과감하게 떼버리는 식으로 일자리와의 전쟁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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