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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갔다 '팍', 창피했는데" 25학번 과잠 할머니 사연

"몰래 갔다 팍, 창피했는데" 25학번 과잠 할머니 사연
<앵커>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88살 할머니가 새내기 대학생이 된 건데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신정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88살 김갑녀 할머니는 1945년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1년도 채 안 돼 배움을 멈춰야 했습니다.

[김갑녀/88살 만학도 : 한 번은 몰래 학교를 갔어요. 엄마 모르게. 와서 문을 팍! '당장 안 나오냐'고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는 거야. 엄마가 쫓아와서. 그러니 어떡해. 창피해서 얼른 나와야지.]

15년간 투병했던 남편과 사별한 뒤, 목욕탕 일을 하며 홀로 딸 다섯을 키웠는데 셋째 딸까지 암으로 먼저 보내며 지난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김갑녀/88살 만학도 :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다 꺼진 거지. 딸 보내고 나선 1년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건 8년 전 한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입니다.

어렵게 다시 얻은 배움의 기회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초중고 과정을 모두 수료해 대학 평생교육원 합격증까지 받았습니다.

[김갑녀/88살 만학도 : 수학…. 4학년 때 수학을 하라는데 이놈의 수학이 뭐 빼기, 더하기, 나누기…. 역사는 그렇게 재미있더라고. 선생님이 막 손뼉을 치면서 갑녀 씨 웬일이냬. '왜요?' 그랬더니 '아니 어째 이렇게 점수 만점을 맞았냐'고.]

입학 날이 밝았습니다.

'과잠'을 입으니 영락없는 25학번 새내기입니다.

[김갑녀/88살 만학도 : 이 세상 다시 태어난 기분이고. 내 나이 이렇게 먹도록 노력해서 내가 여기까지 왔을까 하고 진짜 아이고.]

아흔을 넘겨 졸업하게 될 김 할머니.

꿈은 여느 새내기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갑녀/88살 만학도 : 끝까지 도전해 보려고. 해보지 뭐. (그때 또 올게요.) 와요. 그땐 어떻게 되려나 몰라. 건강 내가 부지런히 지킬게요.]

(영상취재 : 배문산·강시우, 영상편집 : 김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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