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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미국, 관세전쟁으로 뭘 얻었나…탄압하면 단호히 반격"

왕이 외교부장
▲ 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사령탑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인상 등 대(對)중국 압박에 강하게 맞서겠다면서도 미중 협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했습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오늘(7일)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를 계기로 개최된 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협력을 선택한다면 호혜 윈-윈을 실현할 수 있고, 한사코 탄압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며 "세계 최대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선진국인 미국은 이 별에 오래 존재할 것이고, 따라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 주임은 "중국은 계속해서 중미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에 힘쓸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중국과 함께 양국과 세계에 도움이 되는 올바른 공존의 길을 걷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 문제 대응 부족을 명분 삼아 대중 관세를 인상한 것에 대해선 "미국의 펜타닐 남용은 미국 스스로가 직면·해결해야 할 문제로, 중국은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미국에 각종 도움을 제공했다. 미국은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는 안 되고, 이유 없이 관세를 높여서는 더욱 안 된다"면서 "이는 책임 있는 대국의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돌아봐야 한다. 당신들이 최근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에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무역 적자가 확대됐나 축소됐나. 제조업 경쟁력이 올라갔나 내려갔나. 인플레이션이 좋아졌나 나빠졌나"라며 "중미 경제·무역 관계는 상호적이고 대등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왕 주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행보에 대해서는 "세계에 190여 개 국가가 있는데 모든 국가가 자국 우선을 강조하고 힘의 지위에 빠져 있다면 이 세계는 정글의 법칙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다자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중국 입장을 부각했습니다.

그는 "서방에는 '영원한 친구는 없고 오직 영원한 이익만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에서 보면 친구는 응당 영원해야 하고 이익은 응당 공동의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왕 주임은 미러 관계 회복이 중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한 질문에는 "성숙하고 강인하며 안정된 중러 관계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게 아니고 제3자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혼란한 세계의 상수이지 지정학적 게임의 변수가 아니다"라며 여전한 우호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선 "한 국가의 안보는 다른 국가의 불안 위에 세워져선 안 된다"며 "공동·종합·협력·지속 가능의 신(新)안보관을 실천해야 유라시아 대륙과 세계의 항구적 안정을 진정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왕 주임은 "중국은 어떤 상황에서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날 회견에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끈 중국산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와 미중 첨단 산업 경쟁에 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왕 주임은 "우주 과학·기술이든 반도체 제조든 외부에서 가해지는 부당한 탄압은 멈춘 적이 없다. 하지만 봉쇄가 있는 곳에 돌파구가 있고, 탄압이 있는 곳에 혁신이 있다"며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로는 혁신적 사고를 멈출 수 없고,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일 관계 현안인 수산물 수입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신(기자)이 언급한 일본의 일부 구체적 우려에 대해 중국은 책임지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법규에 따라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은 2023년 8월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입니다.

왕 주임은 이어 일본을 향해 "양심과 신용의 시험에 직면한 일본은 평화헌법 정신을 지키면서 계속 평화 발전의 길을 가야 한다", "타이완의 유사사태가 일본의 유사사태'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타이완을 빌미로 일을 내면 일본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임을 명심하는 것이 낫다" 등 뼈있는 말을 던졌습니다.

왕 주임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회견에서 중국 매체들과 러시아·미국·인도네시아·영국·튀르키예·나이지리아·파키스탄·프랑스·일본·브라질·싱가포르·인도 등 외신을 합쳐 모두 21개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만, 한국 매체의 질문은 받지 않았고, 한중관계나 한반도 문제에 관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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