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은 국내에 800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절반이 울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울진에서 지난해에만 74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이유가 뭔지 홍승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깊은 밤 철제 울타리 주변을 서성거리는 산양의 모습이 포착됩니다.
산양들은 울타리를 넘어갈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인근 울타리 앞에서도 주변을 서성거리는 산양들이 목격됩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온 산양들이 울타리에 가로막힌 겁니다.
정부는 지난 2021년 말 아프리카 돼지 열병을 옮길 수 있는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해 산양의 최남단 서식지를 가로지르는 울진에서 삼척까지 25km 구간에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서해/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 울타리는 사실 바이러스 발병 초기에는 효과를 볼지 몰라도 지금은 그 아래까지 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는 거둬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 울진은 세계 최남단 산양 집단서식지인데요.
이곳에 서식하는 산양만 400마리에 달합니다.
최근 10년간 이 일대에서 폐사된 산양은 모두 124마리입니다.
그런데 그중 절반이 넘는 74마리가 지난해에 폐사했습니다.
[남광수/인근 주민 : (울타리) 안에 서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왔다 갔다 하더라고. 이틀 지났는데 그 산양이 죽었더라니까요.]
전문가들은 지난겨울 눈이 많이 내려 먹이 활동이 어려워진 데다 울타리가 서식지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임상진/강원대학교 야생동물학연구실 연구교수 : 울타리로 갇혀 있는 거죠 안에. 먹이 활동을 해야 할 때 못하고,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내려왔다가 펜스 때문에 위로 올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더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면서 폐사로 이어질 확률이 되게 높습니다.]
환경부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 차단 울타리가 산양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구간의 울타리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디자인 : 박소연, 화면제공 : 녹색연합)
울타리 가로막혀 서성이다 결국…74마리 폐사
입력 2025.02.27 20:56
수정 2025.02.27 21:58
댓글 아이콘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