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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종전 협상' 평화유지군 현실화되나…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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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종전 협상' 평화유지군 현실화되나…난제 산적
▲ 12일 우크라이나 중부의 키로보흐라드에서 광산 노동자들이 티타늄의 원료광물인 일메나이트를 채굴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유럽 국가들이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AFP통신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주둔 평화유지군에 관한 유럽 국가들의 논의 현황을 전하면서 지금으로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비교적 적극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필요하다면 우리 군대를 현지에 배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다시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미국의 안전보장이 "유일한 길"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지원이 있어야만 영국군을 파병할 의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서방 군대를 배치하자는 제안을 1년 전에 내놓은 적이 있으며, 지금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영국이나 프랑스보다도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선 국가들은 물론이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강경 대응 정책을 펴 온 나라들도 파병에는 소극적입니다.

오는 5월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폴란드는 일찌감치 파병 불참 의사를 밝혔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최전방 국가'이므로 자국의 영토 방위에 군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발트해 연안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우크라이나에 서방 군대가 파병될 경우 현재 자국에 배치돼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감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독일 차기 총리로 유력한 메르츠 기독민주당(CDU) 대표는 파병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파병에 소극적이며, 헝가리는 '결사반대'인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유럽 국가 지도자들은 자국군을 파병하더라도 전투부대는 안 되며 비전투부대만 보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교전하는 지상군을 최전선에 보내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파병이 과연 언제 이뤄질 것인지 시기도 불확실합니다.

전투가 중단되는 '정전' 상태에서도 유럽 국가들이 파병할 용의가 있는지, 아니면 정식으로 평화조약이 체결되고 난 후에야 그렇게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불확실성은 미국의 지원 여부입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군 지상군을 주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상태입니다.

미국이 방공망, 정보, 수송 등 이른바 '백스톱'(뒷그물)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27일로 예정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시킬 경우 미국 측이 방공망, 정보, 수송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 트럼프와 정상회담 때 이미 "미국의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보낸다고 해도 과연 그 임무가 정확히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은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더라도 러시아와 맞닿은 국경지대 최전선에는 배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방에서 떨어진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들과 인프라와 항구 등을 보호하는 임무를 하되, 최전선에서 '인계철선'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서부에 군대를 주둔시키되 우크라이나군의 훈련을 돕는 일만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파병 규모도 문제입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달 중순 뮌헨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비슷한 정도가 되려면 "130만 명 내지 150만 명의 장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현재 병력은 약 80만 명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서방측 파병 규모가 "최소한" 20만 명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나토가 주요 충돌 발생 후 30일 이내에 동원하는 군의 규모와 똑같습니다.

그러나 미군 참여 없이 유럽 국가 군대만으로 유사시 우크라이나에 병력 20만 명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기껏해야 4만∼5만 명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AFP는 전했습니다.

영국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와 영국 정부는 3만 명 미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적극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푸틴의 의견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푸틴이 최근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발언하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유럽국가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계속 반대해 온 러시아의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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