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 고속도로 공사장 붕괴 사고 현장
"아버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25일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50대 한국인 근로자 A 씨의 빈소가 차려진 안산시 한 장례식장에서 오늘(27일) 사위 B(34) 씨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A 씨는 사고 당일 교량에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추락했다가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돼 소방 당국에 4시간 40분 만에 가장 마지막으로 구조됐습니다.
오늘 오전 A 씨의 입관식은 통상 절차와 달리 얼굴이 가려진 채 진행됐습니다.
일부 유족은 "얼굴을 봐야 후회 안 한다"며 오열했지만, A 씨의 얼굴을 가장 먼저 마주했다는 사위 B 씨는 가족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합니다.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빔 설치 공사 등 현장에서 10여 년을 누빈 베테랑이었습니다.
사고 당일은 현대엔지니어링 하도급사에 소속해 일한 지 불과 10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A 씨는 교량 상판 구조물인 거더(대들보 기능의 구조물)에 설치된 높이 2∼3m 런처(거더를 인양·설치하는 대형 장비)에 올라 일을 했는데, 가족들은 A 씨가 공사 현장에 나간다는 사실만 알았지 이토록 위험천만한 일인지는 몰랐다고 했습니다.
아내와 두 딸, 4개월 된 손주를 둔 A 씨는 다정한 가장이었고 평소 안전 관리에도 세심히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B 씨는 "전날 현장소장과 런처 기사가 조문을 왔는데 자신들이 다른 일정으로 잠시 현장을 벗어나 이동한 순간 큰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다리가 사라져 '큰일 났다 싶었다'고 하더라"라며 "사고 원인을 아무리 물어봤지만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런처는 세밀하게 조작해야하는 장치이고 기계에 오류 날 일은 없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시대에 다리를 짓다가 무너져서 인부들이 사망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일단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돌아가신 분들이 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 사고에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상판 구조물이 무너지며 발생했습니다.
사고로 근로자 10명이 추락·매몰돼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중국 국적 60대 1명에 대한 빈소는 고대안산병원에 차려졌습니다.
나머지 2명의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와 경북 영주시에 각각 마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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