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을 어떻게 정확히 볼 것인가? '기대'와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기반해 차분하게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26일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요즘은 전반적으로 북한 기사가 주목받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가능성 등 국내 이슈가 너무 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큰 일을 잘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북한 행동 보니

미사일 발사는 무기 시험 차원의 의미도 가지지만, 지난달 29일 김정은의 원심분리기 시설 방문은 노골적인 대미 압박용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원심분리기는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물질의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 시설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이러한 시설을 공개한 것은 핵무기의 원료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니 미국이 경각심을 가지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경고와 다름없었습니다.
북한은 또, 말을 통해서도 트럼프 정부에 대한 경고 수위를 조금씩 높여왔습니다.
미국에 대한 일반적인 비난을 늘어놓다가, 지난 3일 트럼프 정부의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발언을 비난하며 트럼프 정부에 처음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지난 22일에는 '트럼프 행정부'라는 용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외무성과 국방성 등을 통한 대미 비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북한은 미국에 대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며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 수위 조절하며 내치 집중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를 통해 미국을 압박했다고는 하나 핵실험이나 ICBM 발사 같은 미국을 직접 겨냥한 핵 위협은 자제하고 있고,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고는 하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비난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밀고 당기기'의 차원에서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 대비한 '간 보기'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북한의 관심사는 주로 내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지방 발전 20×10 정책'이라는 지방 발전 정책을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전국 20개 시, 군에 현대적인 경공업 공장을 만들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향상한다는 정책인데, 이 정책의 첫해 과업에 해당하는 20개 공장 준공식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대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새로 만들기로 한 지방공장 착공식과, 지방공장과 함께 추진하기로 한 지역 병원 건설, 지난해 홍수가 있었던 신의주 지역의 대규모 온실농장 건설, 함경남도 낙원군의 대규모 바다양식사업소 건설 등 북한 전역에서 갖가지 대형 공사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모든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매체들이 관련 행사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북한이 건설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북, 정세 변화 관망하는 듯
북한은 지금 정세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좀 더 정세의 변화를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먼저, 북한의 정세 인식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드러났습니다.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자주 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 세력권의 입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자주 세력권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같은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들을, 패권 세력권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일본이나 유럽 같은 자유민주주의 세력들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의 국제 정세가 북한 쪽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의 핵심 행위자인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는 북한도 관찰이 좀 더 필요한 게 사실입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 대해 '핵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불러 북한의 핵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트럼프의 진의가 무엇인지 북한도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지금 미국의 관심은 다른 곳에 쏠려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 정치의 가장 큰 현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후속 처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입니다. 아직은 북한이 미국의 관심권에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규모 도발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북한의 맹방인 러시아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와의 종전 협상을 추진 중인데, 북한의 대규모 도발은 자칫 재를 뿌리는 행동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러-우 전쟁의 조기 종식은 북한의 추가 파병 필요를 줄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게도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북한이 1천 명 이상의 2차 파병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정도 선에서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인명손실을 더 늘리지 않는 선상에서 러시아로부터 파병의 이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남북 긴장을 만들 이유도 특별히 없습니다. 해외 파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대치 격화는 북한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다행히 남한이 정치 혼란 상태에 있으니 남한 변수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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