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슨 하원의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 등을 입법으로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청사진'을 마련했습니다.
현지시간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원은 전날 밤 앞으로 10년간 세금을 4조 5천억 달러(약 6천460조 원) 줄이고, 정부 지출도 2조 달러(약 2천870조 원) 삭감하게 하는 예산 결의안(budget resolution)을 가결 처리했습니다.
공화당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찬성 217표 대 반대 215표로 가까스로 하원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 결의안은 의회가 매년 처리하는 세출법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정부 부처별 세부 예산을 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NYT는 설명했습니다.
예산 결의안은 세입·세출의 전체 규모와 대략적인 분야 등 예산의 큰 틀만 설정하는 일종의 지침으로, 상원과 협의를 거쳐 단일안이 상하원에서 통과되면 효력을 갖게 됩니다.
이후 상하원의 각 상임위원회는 이 지침의 틀을 맞추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줄일 세부 항목을 결정한 뒤 관련 세제·세출 법안을 처리하게 됩니다.
이번 하원 결의안은 앞으로 10년간 감세 규모를 4조 5천억 달러로 설정했습니다.
다만, 어떤 세금을 줄일지 명시하진 않았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정리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습니다.
공화당이 트럼프 집권 1기인 2017년에 일시적으로 시행한 세금 감면이 올해 말 종료되는데 이를 10년 연장하는 데만 약 4조 달러가 소요될 전망입니다.
결의안은 감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자 정부 지출을 10년간 2조 달러 줄이도록 했는데 역시 세부 내용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민주당과 진보 언론은 공화당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를 비롯해 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삭감할 것을 우려해 왔습니다.
한국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청정에너지 사업 예산을 삭감할 가능성입니다.
공화당은 예산을 줄일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IRA의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없애는 방안도 논의해 왔습니다.
다만, 이런 지원 정책의 혜택을 받는 지역구의 공화당 의원들은 IRA의 일부를 존치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에 중요한 IRA 예산을 지켜달라고 설득해 왔습니다.
결의안은 또 국경 강화와 국방 관련 예산 3천억 달러 증액을 명시했습니다.
이어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상한인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4조 달러 늘리도록 했습니다.
NYT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의회는 이런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고 여야 지도부가 예산 총액에 합의한 뒤 바로 세출법안을 처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공화당이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하려면 상·하원에서 예산 결의안을 채택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적용하면 민주당의 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절차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상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민주당의 도움 없이도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세제·세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상원도 지난주 자체 예산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 결의안은 하원과 달리 감세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국경과 국방 예산 증액을 담았습니다.
앞으로 상·하원은 양측 간 협의를 통해 단일 결의안을 만든 뒤 이를 각각의 본회의에서 처리해야만 합니다.
한편,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를 포함한 모든 공약을 한 번에 해결하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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