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어선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 원양 어선으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노예노동에 가까운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환경정의재단'(EJF)이 중국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일한 19명의 인도네시아·필리핀 선원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소말리아나 모리셔스, 호주 인근에서 작업을 하는 중국의 원양어선은 정기적으로 입항하지만, 북한 선원들은 입항하지 않고 다른 배에 옮겨타는 방식으로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항구에서 해당 국가 출입국 관리가 북한 선원의 존재를 발견한다면 중국 어선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2월에는 모리셔스에서 중국 어선 선장과 북한 선원 6명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핵 개발을 제재하기 위해 외화벌이를 위해 각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를 2019년 말까지 송환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 선원들은 입항을 하지 못하는 데다가 휴대전화 소지도 금지되기 때문에 몇 년간 가족들과 연락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6명의 북한 선원과 함께 일했다는 한 인도네시아 선원은 "북한 선원 중 한명은 7년간 아내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8년간 땅을 밟지 못한 북한 선원과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은 한 달에 약 330달러(약 47만 원)를 받았지만, 북한 선원들의 월급은 바로 북한 정부로 송금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일부 어선은 북한 선원에게 월급에서 50달러(약 7만 원)를 떼어주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선 위에서 선원들의 의사소통은 손짓이나 서툰 중국어로 이뤄졌습니다.
한 인도네시아 선원은 북한 선원들이 한국어로 "빨리하라"라고 재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중국 어선의 선원들은 대부분 여권을 빼앗긴 채 하루에 5~6시간만 잠을 자면서 일을 하지만, 북한 선원은 그중에서도 경력이 길고 가장 숙련됐다는 게 동료들의 전언입니다.
EJF는 북한 선원이 최대 10년간 원양어선에서 일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선원들은 노예처럼 일하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사상을 감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영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을 보기도 하고, 북한 선원들끼리 정자세로 국기를 게양한 채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EJF는 보고서에서 북한 선원들에 대한 처우는 강제 노동에 해당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티브 트렌트 EJF 대표는 "북한 선원들은 언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는지 선택할 자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강제로 배에 끌려가 갇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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