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직장 내 괴롭힘까지는 아니지 않아요?"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말이기는 하나, 적절하지 못한 행위이기는 하다고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기는 하나, 행위자에게 중한 징계를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되는 행위가 어떤 사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고 판단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애매한 업무 지시, 팀 내 소외, 부정적인 피드백, 과도한 업무 감시 등이 자주 그 대상 내용이 된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느냐는 판단에서 늘 엇갈린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행위들이 '적정성'의 끄트머리에 포함된다고 여겨지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판단에서는 행위자의 징계 등으로 사안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며, 정말 이러한 행위들이 우리 직장 내에서 유지되어도 괜찮은 행위들인지 생각해 보자.
A 씨의 상사는 업무 지시를 모호하게 내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네가 알아서 해", "네 연차가 얼만데", 상사의 업무 지시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다만, 결과물에 대해서는 상사가 책임을 져야 하다 보니 "다시 해와" 식의 반려가 상당했다. 그 상사와 같은 팀이 되면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한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회사에 돌기도 했다. A 씨는 늘 불안에 시달렸다. 분명히 공식적인 모욕이나 폭언이 없었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업무 부담은 A 씨에게 큰 압박이 되었다. 상사의 모호한 업무 지시는 A로 하여금 과중한 책임을 느끼게 하고, 불안을 느끼게 하여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것이다.
B 씨는 팀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팀장이 의욕적이던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뒤 B 씨는 팀장에게 소위 '찍혔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중요한 회의에서 그의 의견은 묵살되기 일쑤였고 팀원들은 자연스럽게 그를 배제했다. 직접적인 차별이나 폭언이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B 씨는 조직 내에서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기에는 어떠한 행위 하나를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미묘한 소외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판단을 받기 쉽지 않다 보니 고스란히 현장에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더욱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C 씨는 상사로부터 자주 "넌 일은 잘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피드백으로 받아들였지만, 같은 말이 반복될수록 칭찬보다는 비난으로 다가왔다. 공식적인 모욕이나 불이익은 없었지만, 끊임없는 부정적 피드백은 그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C 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였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적절한 발언은 아니었지만 업무상 적정 범위 내에서 이뤄진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심리학에서 부정적 피드백의 반복은 개인의 자존감과 동기를 저하시켜 직무 수행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다. 조직에 전혀 이로움을 주지 않는, 조직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며, 개인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와 무력감을 줄 수 있는 행위라는 의미이다.
D 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상사로부터 하루에도 수십 차례 연락을 받았다. 업무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5분 정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택근무한다고 해놓고 그냥 쉬는 거 아니에요?"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처럼 과도한 간섭은 불필요하게 업무 긴장도를 높이고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켰다. 지속적인 감시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율성을 잃고 위축되게 만든다.
이러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다소 갈리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점이다. 명백한 괴롭힘이 아닐지라도 반복적인 불편한 상황은 피해자에게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직원이 불안감 속에서 일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러한 미묘한 괴롭힘이 방치되어선 안 되는 이유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다퉈지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보니 행위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 지시는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으며, 지속적인 감시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포장된다. 또한 동료를 무시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는 특정한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 명확한 업무 지침을 제공하고, 피드백을 공식적인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신고 창구를 마련하여 사소한 괴롭힘도 기록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관리자는 무의식적으로 직원에게 압박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하고, 건설적인 피드백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익혀야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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