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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공군총장의 한 달 유럽 여행…에어버스DS가 지원했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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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2023년 1~2월 유럽 여행을 했고, 유럽의 초대형 방산업체 에어버스DS(Defence&Space) 측이 박 전 총장의 유럽 여행에 금전적 지원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에어버스DS는 유럽 여행에 동행한 박인호 전 총장 부인의 비용도 어느 정도 부담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적인 방산업체가 공군참모총장으로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예비역 공군 대장 부부의 유럽 여행에 돈을 댄 것이라 뒷말이 아니 나올 수가 없습니다.

공군은 에어버스DS의 큰 고객입니다. 박인호 전 총장이 전역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었고, 에어버스DS가 뛰어들었던 대형 수송기 2차와 공중급유기 2차 등 공군의 도입 사업이 굴러가던 때였습니다. 박인호 전 총장이 공군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행사할 것에 대한 대가로 에어버스DS가 여행을 보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어버스DS, 박 전 총장 모두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것이 군과 방산업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에어버스DS와 박 전 총장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말 문제가 없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역 8개월 만에 에어버스DS 돈으로 유럽 여행

박인호 전 공군참모총장

박인호 예비역 공군 대장은 제39대 공군참모총장을 역임했습니다. 총장 재임 기간은 2021년 7월 2일부터 2022년 5월 27일까지입니다. 전역 8개월 만인 2023년 1월 25일 박인호 전 총장은 부인과 함께 출국해 스페인 마드리드, 헤타페, 프랑스 파리 등을 여행했고, 2월 23일 귀국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딱 한 달 동안 스페인과 프랑스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박 전 총장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기자 : 23년 1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유럽 다녀오셨죠? 사모님도 같이 갔다 오셨고요. 에어버스 쪽에서 비용을 냈더라고요.

박인호 : 예, 그렇죠. 에어버스에서 아마 지원해 줘서 갔었죠.

기자 : 에어버스의 로비 아닌가요?

박인호 : 에어버스가 무슨 로비를…

기자 : 항공권만 하더라도 두 분이 비즈니스로 1천만 원에, 체류비는 더 들었을 테고…

박인호 : 비용이 싼 유럽 항공사로 다녀왔어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인호 전 총장이 대한민국을 공군을 지휘했을 때부터 전역 이후까지 공군의 대형 수송기 2차 사업, 공중급유기 2차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에어버스DS는 두 사업에 모두 참여했습니다. 대형 수송기 2차에서는 미국 록히드마틴, 브라질 엠브라에르 등과 경쟁했습니다. 공중급유기 2차는 에어버스DS가 공중급유기 1차 사업의 절충교역을 불성실하게 이행해 곤란을 겪었습니다.

이때 마침 박인호 전 총장이 에어버스DS의 지원을 받아 한 달을 꼭 채운 부부 동반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취재가 마무리되던 때 박 전 총장은 "아내 항공권은 자비로 낸 것 같다"며 말을 좀 바꿨습니다. 그럼에도 에어버스DS가 박 전 총장 부부의 한 달 유럽 여행에 큰돈 썼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에어버스DS와 관련이 있는 공군 사업이 뜨거웠던 가운데 박 전 총장 부부가 에어버스DS의 금전적 도움으로 유럽을 여행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공군의 한 고위 장교는 "예비역 공군 장군이라도 공군과 인연을 끊고 지내지 못할 것 같으면 업체와 엮이는 언행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에어버스DS가 왜 돈을 댔고, 박인호 장군은 왜 갔는지 뻔히 짚이기 때문에 같은 공군 장교로서 내가 다 창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윤리경영 절차 준수한 비즈니스"

에어버스DS코리아 이희환 대표

유럽의 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중시합니다. 음모와 협잡이 난무하는 무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방산업체들은 더욱 윤리경영에 목을 맵니다. 에어버스DS는 유럽의 초대형 방산기업입니다. 한국도 방산비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나라입니다. 에어버스DS코리아가 어떻게 한국의 전 공군참모총장의 유럽 여행에 돈을 낼 수 있었을까. 박인호 전 총장 부부의 유럽 여행을 주관한 이희환 에어버스DS코리아 대표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기자 : 박인호 전 총장 부부 유럽 여행 건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이희환 : 기간, 모든 일정 다 합쳐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법규준수) 검토받고 결심을 내린 것입니다. 회사 내부의 독립된 컴플라언스 조직이 리뷰한 다음 그 부분에 대해서 승인이 나서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기자 : 직전 공군참모총장, 예비역 대장을 유럽 여행 보냈다면 공분을 자아낼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이희환 : 회사 내부에서 비즈니스 차원에서 검토 다 한 거고, 컴플라이언스 절차 다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 못 드립니다.

기자 : 적법하다는 건가요?

이희환 : 회사 내부 절차에 의거해서 나간 거기 때문에…

기자 : 여행의 목적은 뭐죠?

이희환 : 목적도 리뷰를 다 했습니다.

이희환 에어버스DS코리아 대표는 컴플라이언스를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컴플라이언스는 법규준수, 준법감시, 내부통제 등을 의미하는 기업 용어입니다. 기업이 사업을 추진할 때 관련 법규를 준수하도록 강제 또는 조율하는 시스템입니다. 컴플라이언스의 목표는 내·외부의 요인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리스크를 관리해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윤리경영 절차입니다.
에어버스DS 로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에어버스DS는 외국 기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박인호 전 총장 부부 여행 건에 대한 상세 설명을 회피했습니다. 자체 컴플라이언스에 따라 검토해서 가능한 지원으로 판단했다고만 우길 뿐,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 공군참모총장 부부 여행의 지원이 어떻게 비즈니스 차원에서 정상적일 수 있는지 납득이 잘 안 됩니다. 세계적인 항공 기업 에어버스의 이름이 무색합니다.

미국 방산업체의 한 고위직은 "공무로 해외 출장 중인 현역 참모총장을 업체 행사에 초청하는 것도 컴플라이언스 승인을 받기 쉽지 않다", "예비역 참모총장을 유럽 여행 보내는 것은 더 어려운데 에어버스DS의 컴플라이언스는 어떤 조항으로 이를 풀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방산업체의 한 임원은 "미국과 유럽보다 윤리경영의 수준이 느슨한 한국의 방산업체들도 엄두 못 내는 대범한 방식"이라며 혀를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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