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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외치지만...반대해야 할 가장 큰 이유를 놓치지 않았나요?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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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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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0221 뉴욕타임스 해설 썸네일
사람은 누구나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당장의 위협에 먼저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눈앞에 나타난 위험이나 장애물, 낯선 소리, 미심쩍은 촉감, 이상한 냄새 등을 경계하게 되는 건 본능적인 반응이죠. 반대로 보이지 않는 미래의 위협에는 자연히 경계를 덜 하게 됩니다. 이러다가는 큰일 난다는 경고를 아무리 많이 듣더라도 실제 위험이 닥칠 때까지 손 놓고 있게 되는 것도 어쩌면 본능에 충실한 반응일지 모릅니다. 여러 단계를 거쳐 어떻게 될지 생각하고 그에 맞춰 대비책을 세우는 건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니까요. 보이지 않는 위험 요소가 실제로 문제로 이어질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 잡는 사고 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후위기를 향한 우리의 인식과 대응일 겁니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나중에 큰일 난다던 경고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인류는 끝내 탄소발자국을 지우거나 줄이지 못한 채 마지노선이라던 기준을 거듭 넘고 또 넘었습니다. 예전보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해진 기후 재해로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잦아졌고, 자연히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논의도 활발해졌습니다. 그러나 기후 재해가 모두에게 고루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인지, 눈앞에 닥친 명백한 위기를 외면하고 못 본 척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일종의 공유지의 비극이 여기서도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아는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에 숨겨진 부분이 더 있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그 숨겨진 부분을 우리가 아예 몰랐던 게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도록 기준을 슬쩍 바꿔 사실을 숨겨 왔다면? 책임을 회피하고 손가락질받지 않으려는 이해관계가 통한 세력의 짬짜미가 당혹스러울 겁니다. 예일대학교 역사학과 수닐 암리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정말 그런 일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전쟁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그렇습니다.
 
칼럼에서 지적했듯 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탄소발자국은 그동안 기후변화 관련 통계에서 관행적으로 제외됐습니다. 사람 목숨이 오가는 전쟁에서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따지는 게 한가한 일처럼 보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전쟁을 주로 벌이는 강대국들이 기후변화 대책에 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라는 전 세계의 질타와 독촉을 받기 싫어서 이런 관행을 바꾸지 않으려 버티기도 했을 겁니다.

어쨌든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은 안 된다는 대전제를 가슴에 새기고 사는 많은 이들에게 폭력의 가장 극단적이고 야만적인 형태인 전쟁은 만사를 제쳐놓고 반대하고 막아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전쟁에 반대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구나 생각했는데, 암리스 교수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그저 한 가지 이유가 추가된 정도로 여길 게 아니라, 환경을 파괴하는 아주 극단적인 행위라는 이유만으로도 모든 전쟁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쟁은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유독한 물질을 마구 흘려보내 삶의 터전으로 삼기엔 제한된 공간만 있는 지구의 소중한 환경을 돌이킬 수 없게 파괴합니다. 전쟁 반대의 이유, 명분 중에 최우선 순위는 아니더라도 상위권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 몇 세대에 걸쳐 끔찍한 피해를 남긴 전쟁은 사실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전쟁이 그랬고, 베트남전에 파병된 장병 중에는 (암리스 교수도 칼럼에서 언급한) 고엽제로 인한 피해로 평생 고통받다 돌아가신 분들도 많습니다. 전쟁이 아니라도 군사 정권이 자행한 학살과 폭력, 또 우리 군대가 제일 앞에서 싸우진 않았지만 전쟁에 군인을 보내고 동참했던 일을 떠올리면, 우리 현대사도 칼럼에서 언급한 군국주의(militarism)로 얼룩져 있습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데 지구라는 터전을 함께 쓰는 다른 생명체나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찾지 못했기에 사람이 살 만한 터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은 점점 더 빨리 날린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칼럼에서 예로 든 우크라이나나 가자지구의 상황도 암울합니다. 물론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가장 먼저 기려야 하겠지만, 생존자들에게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은 도저히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습니다. 건물이나 기반시설이 파괴된 건 물론이고, 땅과 하천, 대기, 지하수까지 온통 독극물이나 다름없는 유독가스, 화학 물질, 폐수로 오염됐기 때문입니다.
 

힘의 논리에 맞서는 상상력

이론적으로는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한 가지 더 확인했지만, 안타깝게도 2025년의 현실은 강대국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방향, 즉 힘의 논리가 더 잘 먹히는 시대에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냉전이 끝난 뒤 사실상 세계 유일의 강대국 지위에 오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던 전쟁을 자기 방식대로 끝내려 하고 있는데, 두 군데 모두 전쟁 당사자 중 힘센 쪽(러시아, 이스라엘)의 편에 서서 약자(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에게 반강제적인 협상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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