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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서 미싱 돌리는 노부부…빠듯한 살림에 노후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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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서 미싱 돌리는 노부부…빠듯한 살림에 노후 깜깜
<앵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의 현실과 대책을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51.2%, 평균 액수는 62만 원입니다. 최저생계비의 절반도 안 되지만, 이마저도 둘 중 한 명은 못 받는 건데요. 살기 위해 일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노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긴 힘든 상황입니다.

그 실태를 권지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각, A 씨 부부의 긴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남편은 50년 차 봉제사, 아내는 작업 보조원, 이른바 '시다'로 일합니다.

밤낮 구분도 어려운 지하실이 이들의 일터입니다.

[A 씨 부부 (남편 64세·아내 63세) : (아내 : 돈 1천만 원만 있어도 솔직히 1층으로 가고 싶어.) 남편 : 1천만 원 가지고는 얻지도 못한다.]

아침 7시 출근, 밤 9시 퇴근, 꼬박 하루 14시간을 일하지만, 지난해 부부가 손에 쥔 돈은 한 달 평균 약 270만 원.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 미칩니다.

봉제 작업 물량 대부분이 인건비 싼 해외로 빠져나간 데다, 공임 단가는 30년째 제자리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바지 한 장 봉제하면 3천 원 남짓을 손에 쥡니다.

[A 씨 (64세)/50년 차 봉제노동자 : 무슨 일에 30년 종사하면 장인 소리를 듣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단 말이에요. 그런 대접도 못 받고…]

빠듯한 살림 쪼개고 쪼개 세 자녀 중 1명은 대학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형편은 늘 제자리입니다.

[A 씨 (64세)/50년 차 봉제노동자 : 빈곤이라고 봐야죠. 물려받은 거 없고… 애들 가르치고 내 집 없으니까 월세 내고 정작 저축은 못 하고.]

또 다른 36년 차 봉제노동자 B 씨, 해가 갈수록 쌓이는 경력만큼이나 근심도 더해갑니다.

[B 씨 (69세)/36년 차 봉제노동자 : 요즘 150은커녕 50만 원도 안 나오게 생겼는데….]

그렇다고 이제 와 다른 일을 찾는 건 불가능합니다.

[B 씨 (69세)/36년 차 봉제노동자 : 바닥에 쭈그리고 이런 걸 아예 못해요. 왼쪽 다리가 더 이상 안 구부러지기 때문에… 나이 먹어서 어디서도 써주지를 않아요.]

A 씨 부부나 B 씨 같은 봉제노동자는 지난 2021년 기준 서울에만 7만 7천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상당수가 60대 이상, 고령층입니다.

[A 씨 (64세)/50년 차 봉제노동자 : 알바하는 게 이거보다 훨씬 이득인데… 배우는 사람은 없고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 봐야죠. 멀리 하늘로 가시는 분도 계시고….]

오랫동안 하청에 하청을 받아 시스템 없이 1인 자영업처럼 일해온 탓에,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도, 근로계약서 작성도 안 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순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보험 가입을 좀 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든가, (계속)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변한 노후대책은커녕 지금 일감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 앞으로를 그려볼 짬은 없습니다.

[A 씨 부부 : (앞으로 어떻게 지내실 계획이세요?) 남편 : 계속 일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할 수 있는 데까지…. (아내 : 내일은 나아지겠지, 모레는 나아지겠지, 내년에 또 나아지겠지, 이러면서 사는 거지.)]

(영상취재 : 신동환·설민환, 영상편집 : 김종태, 디자인 : 강경림,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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