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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관계 '리셋'…우크라 종전 넘어 경제협력까지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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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관계 '리셋'…우크라 종전 넘어 경제협력까지 급물살
▲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된 미국과 러시아의 회담은 그동안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예고한 자리로 평가됩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이 만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우크라이나 종전 방안을 다룰 고위급 협의체 구성을 합의했습니다.

나아가 양국 대사를 신속히 임명하고 외교 공관 운영을 정상화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습니다.

양측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첫 단추를 끼운 것을 넘어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입니다.

이날 합의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미러 대립관계를 사실상 '리셋'하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경제적 제재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으로 러시아를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정책을 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집권기 때와도 달라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취임 직후 측근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로 곤욕을 겪었으며, 임기 동안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책을 거의 펴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미국의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보다 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십분 취하겠다는 계산에 따라 대러 외교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입니다.

사우디에 모인 미러 대표단

실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지정학·경제적 측면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멋진(incredible)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이 에너지, 우주탐사 등을 포함한 경제 협력을 재개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측 대표단에 포함된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대표가 포함된 것도 주목됩니다.

그는 회담 전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요 석유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매우 성공적인 사업을 해왔다"며 "우리는 언젠가는 그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준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 기회를 그들이 왜 포기하겠나?"라고 말했습니다.

경제 협력과 연계해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의와 관련해 "호혜적인 경제 협력 발전을 막는 인위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 대한 강한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루비오 장관도 회담 후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며 "유럽연합(EU)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시점에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러 밀착 행보가 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중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러시아를 끌어안아 중러 협력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를 두고 냉전 시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중국에 파격적으로 손을 내밀며 소련을 압박하려 한 전략을 거꾸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날 양측의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러시아의 한 방송 인터뷰에서 "농담이 많이 오갔고, 식사도 매우 맛있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도 "우리는 상대의 말을 그저 들은 것이 아니라, 서로 경청했다"며 회담에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공조하고 금융 투자 및 관계 정상화에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관계가 극적인 전환 국면을 맞았다고 짚었습니다.

다만 3년여 만에 이뤄진 이번 광범위한 협상은 파괴적인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처벌하려는 서방의 노력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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