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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 선거 D-7] '100년 대계' 축구종합센터…모두 약점은 있다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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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장 선거 D-7] '100년 대계' 축구종합센터…모두 약점은 있다 [취재파일]
두 차례 연기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전이 과열되며 '공약'에 대한 치밀한 검증은 밀려났고, 상대 후보를 향한 비판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 축구의 '100년 대계'를 책임질 축구종합센터 건립과 안정적인 운영은 차기 집행부의 핵심 과제임에도 이를 둘러싼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결정의 시간'을 맞게 됐습니다. 이에 SBS는 세 후보에게 관련한 구상과 해법을 직접 물었습니다.

천안에 건설 중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는 천안과 충청남도가 2천200억 원 가량을 투자하고, 축구협회가 1천800억 원 가까이 들여 총 4000억 원 규모로 건립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축구협회는 올해 예산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941억 원을 축구센터에 투입해 완공할 계획입니다. 축구협회 본부는 물론 천연·인조 잔디구장 11면과 미니 스타디움, 실내 축구장, 축구역사박물관, 생활체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기호 1번. 정몽규 "부동산 개발 전문가…축구센터 완성할 적임자"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18년 부지 선정 공고를 시작으로 이 사업을 주도한 정몽규 후보는 '부동산 개발 전문가'로서 이 프로젝트를 완수할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200억 원을 추가 조달해 이곳을 축구산업 발전을 위한 플랫폼으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거센 비판 여론에도 정 후보가 4선 도전을 강행한 데는 '결자해지'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7일엔 축구센터의 성공적 완성을 위해 50억 원의 기부금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축구센터의 '법인화-수익화-자립화'라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정부의 징계 리스크'


정 후보 구상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자신'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축구협회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한 뒤 이미 지급한 56억 원의 국고 보조금 환수 조치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제재부가금 징수를 거론한 건 다분히 정 회장에 대한 징계성 조치라는 평가입니다. 정 후보 측은 "애초에 정부도 한국 축구의 발전을 기원해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던 것"이라면서 "지적받은 내용을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정부를 설득해 갈등을 풀겠다"는 입장입니다.

신문선 후보와 허정무 후보는 '정 회장의 당선이 축구센터의 성공적 완성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면서 천안에 축구종합센터가 완공되더라도 다른 지역에 또 다른 축구 센터 혹은 협회 사업 본부가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공유하며 정 후보와 차별화했습니다.

기호 2번. 신문선 "마케팅 본부는 서울에…천안 활성화 방안도 모색"

질문에 답하는 신문선 축구협회장 후보

먼저, 신 후보는 "축구협회와 천안시가 맺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모르는 상황에서 추후 활용방안을 논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협회 마케팅 부서의 업무는 서울에서 수행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재확인했습니다. '돈을 잘 버는 협회'가 되어야 축구센터도 잘 짓고, 운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 같은 이원화 공약에 대한 천안 지역의 반발을 이해한다"며 "천안 축구센터를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채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 창출 효과도 극대화하겠다"고 SBS에 밝혔습니다. 그 예로 전국 규모의 동호인 대회 개최, 방학과 휴가 기간 휴면 지도자를 활용한 축구 캠프 등을 들었습니다.

기호 3번. 허정무 "파주 NFC 부활…과감한 투자로 전국에 축구 센터 건립"

긴급 기자회견 하는 허정무 후보

허정무 후보는 "정 회장이 유발한 정부의 제재부가금 등 재정적 손실 규모가 1천억 원대에 이른다"며 자신이 당선되는 것만으로도 "수천억 원대 재정 기여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2023년 계약 만료로 축구협회가 손을 뗀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 센터(NFC)를 부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천안은 대표팀 전용 센터로 조속히 완공하고, 파주 NFC를 살려 2002 한일 월드컵 성과와 한국 축구 전통을 계승하고, 지도자 및 심판 교육의 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파주 NFC뿐만 아니라 전국에 더 많은 축구센터를 건립해 여자축구 활성화와 유소년 육성 등에 힘쓰겠다는 공약도 제시했습니다.

인원과 재원이 분산된다는 비판에 대해 "협회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과감히 투자하겠다"면서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원을 재배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를 위해 마케팅부서를 본부로 격상하고, 회장부터 발로 뛰며 후원사 유치 마케팅에 전력을 다해 재정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인원과 재원' 비효율적 분산…추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파주 NFC 짐 정리하는 축구협회 직원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와 같은 공약이 비현실적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2001년에 완공된 파주 NFC는 시설이 노후화해 2023년까지 연간 유지 관리비만 35억 원가량이 들었습니다. 협상의 여지는 있지만 임대료도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두 후보가 제시한 협회의 마케팅 능력 강화 방안도 제약이 많습니다. 축구 산업 관계자는 "협회의 후원사를 극적으로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동종 업계의 복수 참여가 제한되는 데다, 협회가 후원사에 돌려줄 수 있는 보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마케팅을 잘하는 조직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수동적으로 일하는 구조"라며 "FIFA든, 전 세계 어느 축구협회든, 회장이 스폰서를 발로 뛰어 유치하는 게 아니라 후원사가 제 발로 찾아오도록 해야 하는데, 결국 월드컵 흥행과 대표팀 성적에 좌우되는 부분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축구협회와 천안시가 맺은 기존 계약을 위배할 소지가 있어 이에 따른 분쟁 가능성도 큽니다. 충청권 축구협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신문선, 허정무 두 후보의 공약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치열한 토론으로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고,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하지만, 당초 21일로 예정됐던 후보자 공개 토론회는 정몽규 후보가 "비방과 인신공격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거부해 무산됐습니다. 공약 발표보다 '정몽규 때리기'에만 몰두한 두 후보와, 그렇다고 토론의 장을 깬 정 후보까지, 모두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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