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을 앞둔 뮤지컬 연습실은 관객들은 모르는 놀라운 일들로 가득한 공간이죠. 골라듣는뉴스룸 커튼콜에서 앙상블 배우 백두산, 오석원 씨와 함께 뮤지컬 연습 현장을 들여다봤는데요, 2008년 '캣츠'로 데뷔한 백두산 씨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뮤지컬 '캣츠'는 진짜 고양이의 습성과 몸짓, 소리를 생생하게 표현하며 말 그대로 '고양이들'이 되어버리는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이 '고양이들'은 공연 중에도 객석 사이를 오가며, 졸고 있는 관객들을 깨우고 달아나기도 하죠. 이렇게 실감 나는 고양이 연기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캣츠' 출연 배우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특별한 의식이 있다는데, 과연 무엇일까요?
김수현 기자 : 갑자기 생각났는데 저 영국 가서 '캣츠'를 보는데, 이건 딴 얘기인데 제가 출장 가서 본 거거든요. 그러면 시차 때문에 엄청 졸리잖아요. 근데 저는 '이거 비싼 돈을 주고 왔는데 졸면 안 되지' 이러고 갔는데, 다른 회사의 선배도 같이 출장을 갔는데 그 선배가 옆에서 계속 조시는 거예요. 그래가지고 제가 깨우기도 그렇고, 그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저도 같이 이제... (웃음) 꾸벅꾸벅 졸려고 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오석원 배우 : 고양이가 왔어.
김수현 기자 : 네.
백두산 배우 : 객석에 등장해요. 맞아요.
김수현 기자 : 고양이가 바로 제 눈앞에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렇게 하고 있는 거예요.
이병희 아나운서 : (웃음) 졸고 있는데.
김수현 기자 : 바로 눈 딱 떴더니 고양이가 막 앞에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놀라서 있는데 '야옹' 이러고 이러고 가는데... (웃음)
백두산 배우 : 객석에 자주 등장해요.
오석원 배우 : 근데 진짜 고양이 같지 않으셨어요? 느낌이. 되게 큰 고양이.
김수현 기자 : 네.
오석원 배우 : 그렇더라고요. '캣츠'가 진짜 신기해요.
김수현 기자 : 진짜 놀랐어요, 정말.
오석원 배우 : 얼마나 배우들이 잘하는지 진짜 고양이 같아요. 진짜로. 사람인 줄 아는데도.
김수현 기자 : 아니, 그래서 저는 덕분에 별로 안 자고 깼다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제가 잠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굉장히 길었던 거예요.
오석원 배우 : 몇 신이 그냥 휙.
김수현 기자 : 네. 그래서 한국에서 나중에 그걸 다시 보는데 극장 고양이 나오는 부분 있잖아요. 극장 고양이가 배에서 막 활극하고 막 이런 거 있죠. 그 장면이 통째로 삭제됐어요.
이병희 아나운서 : (웃음) 처음 보는 거였네요.
오석원 배우 : (웃음) '뭐야, 우리나라 공연이 오리지널이 아닌가 봐.'
김수현 기자 : 제가 그래서 '연출이 좀 바뀌었나요?' 잠깐 존 줄 알았는데.
오석원 배우 : 그 장면이 좀 길지 않아?
백두산 배우 : 길어. 거기 아리아도 있고요.
김수현 기자 : 맞아요.
백두산 배우 : 과거로 회상했다가 다시 돌아와서.
김수현 기자 : 되게 길더라고요. 제가 극장 고양이가 되게 인상적이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은 보지도 못하고.
백두산 배우 : 굉장히 아름다운 아리아가 포함돼 있거든요, 거기.
김수현 기자 : 맞아요.
오석원 배우 : 시차엔 장사 없어요 진짜.
김수현 기자 : 그렇죠. 갑자기 '캣츠' 옛날 생각이 나서. 근데 제가 고양이를 그러고 나서 한참 뒤에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걸 보니까 진짜 '캣츠'가 얼마나, 정말 배우들이 고양이처럼 했는지 알겠어요.
오석원 배우 : 진짜 대단하다니까요.
김수현 기자 : 새삼 알겠어요.

백두산 배우 : 이제 딴 얘기긴 한데 저희 처음에 연습할 때 꼬리를 안 달아요.
김수현 기자 : 아, 네.
백두산 배우 : 그러니까 이 외국 연출 할머니께서 연습 과정이 지나서 어느 시기가 되면 '이제 너희들이 인지하고 표현해 내는 것들이 정말 고양이가 됐다' 싶을 때 그때,
이병희 아나운서 : 꼬리를 줘요?
백두산 배우 : 꼬리를 이렇게 묶어줘요.
오석원 배우 : 마치 인정하는 느낌으로다가.
백두산 배우 : '지금부터는 너희가 꼬리를 달고'
오석원 배우 : '너희에게 하사.'
백두산 배우 : '너희는 이제...' 그것도 심지어 그 할머니한테 가서 본인의 캐릭터대로 가서 연기를 하면서 가야. 부끄럽거나 강인하거나 뭐 이렇게 그런 표현을 해야 보고 '음? 넌 저리 가' 하고 얘는 달아주고 뭐 이런.
김수현 기자 : 안 달아주기도 해요?
오석원 배우 : 팽 당할 수도 있어?
백두산 배우 : 그럼 다시 가야 돼. 본인의 캐릭터로. 세 가지 성향을 주거든요.
오석원 배우 : 잘할 수밖에 없는 그런 걸 만들어놨구나.
백두산 배우 : 그러니까 그 시기 이후가 되면 이제 그때부터는 꼬리를 달고 연습을 하는 거죠.
오석원 배우 : 그럼 누구는 꼬리를 달고 있고 누구는 꼬리를 안 달고 있나요?
백두산 배우 : 아, 그렇지는 않아요. 근데 몇 분 뒤에 다시 달아주긴 하지만 어느 시기가,
오석원 배우 : 되게 자극이 되겠다.
김수현 기자 : 그렇죠.
백두산 배우 : 그렇죠. 한번 이렇게 거절당하면 다시 가서, 내가 어떻게 다시 꼬리를 연출님한테 받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다시 가고.
김수현 기자 : 너무 재밌어.
백두산 배우 : 그게 연습 과정이에요.
이병희 아나운서 : 의식 같은 거.
백두산 배우 : 네, 의식 같은 건데.
오석원 배우 : 그게 이제 '캣츠'의 일종의 전통이구나.
백두산 배우 : 네. 그리고 예를 들면 기는 거. 기어서 올라오는 거. 그러니까 이런 과정들이 되게 디테일해요. 그래서 굉장히 어렵고, 막 이런 하악질하는 거나 이런 표정들을 많이 연습하니까 아무리 분장을 해도. 가끔 기억나는 게 그때도 지하철이나 이제...
오석원 배우 : 아, 그걸 하고 있어?
백두산 배우 : 나도 모르게 하고 있어.
오석원 배우 : 맞아. 저희 연습 열심히 할 때 지하철에서 나도 모르게 이거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이제 일반 승객들이 '쟤 뭐야.'
백두산 배우 : '안면 근육에 장애가 있나.'
오석원 배우 : 막 이러고. 이러면 정말 이상한 사람처럼. (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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