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선반이나 드레스룸 같은 이른바 '시스템 가구'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국내 업체들이 무려 10년 동안 이런 가구 입찰에서 담합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권영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신축 아파트에 설치될 드레스룸 가구입니다.
옷걸이와 선반 등이 기본 옵션으로 갖춰져 있어서 입주자는 따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시스템 가구는 가구당 50만 원에서 많게는 350만 원까지 분양가에 반영됩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 가구를 납품하는 국내 가구업체 20곳이, 최근 10년 동안 입찰에서 담합해 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업체별 번호를 정한 뒤 사다리를 타거나 제비 뽑기를 해서 입찰에서 낙찰받을 순번을 정했습니다.
저가 수주 경쟁을 피해 가급적 비싼 값에 낙찰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나머지 업체들은 들러리 입찰에 나서는 대가로 낙찰 업체로부터 일부 공사 물량이나 현금을 받았는데, 버젓이 확인서까지 작성했습니다.
[문재호/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 : 시스템 가구 입찰 시장에서 10년 넘게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담합을 적발한 것으로 (아파트) 분양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위법행위를 시정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큽니다.]
이렇게 담합해 입찰에 나선 190건 중에 167건을 낙찰받았는데, 관련 매출만 3천300억 원이 넘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재건축으로 불린 서울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도 이런 담합의 표적이었습니다.
[담합 피해 아파트 주민 : 진짜 자기 회사 브랜드를 내세우고 했어야지. 담합을 한다는 거는 어쨌든 일반 우리 입장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쾌한 일이죠.]
공정위는 20개 업체에 총 1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한샘과 동성사 등 4개 업체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국내 가구업체들은 아파트 빌트인 가구와 시스템 욕실 입찰에서 짬짜미 한 사실이 드러나, 99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신축 아파트에 기본으로 들어간 거의 모든 가구가 경쟁했을 때보다 비싸게 들어갔다는 얘기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신동환, 영상편집 : 조무환, VJ : 김 건)
'사다리' 타서 순번 정하고…10년간 '가구 입찰 담합'
입력 2025.02.13 20:43
수정 2025.02.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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