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프리카 모로코와 소말리아 북부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자지구 장악 구상을 밝혀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전해진 것입니다.
6일(현직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 이주지로 모로코와 소말리아 북부 반(半)자치주인 푼틀란드·소말릴란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태평양 남서부 총영사인 이스라엘 바차르는 이날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자 주민들의 이주지로 "모로코 한 곳과 소말리아 북부 지역 두 곳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중 한 곳이 푼틀란드라고 말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까운 이스라엘 언론인 아미트 세갈도 텔레그래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모로코로 보내기 위해 검토하려는 동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 지역이 이주 후보지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이들이 가자 주민 수용을 조건으로 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이스라엘 측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푼틀란드와 소말릴란드는 각각 1998년과 1991년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아직 국제사회에서 별개 국가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 북서부 국가인 모로코 역시 자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을 시도하는 서사하라와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세갈은 "푼틀란드와 소말릴란드는 국제적 인정을 받기를 바라고 있고, 모로코는 서사하라에 대한 영유권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들이 가자 주민 수용을 대가로 자신들의 현안에 관한 미국의 지지를 얻으려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야콥 모하메드 압달라 푼틀란드 정보부 부장관은 텔레그래프의 관련 질의에 자발적인 이주라면 가자지구 주민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상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유럽외교협의회의 아프리카 전문가인 윌 브라운은 "소말리아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실패한 국가"라며 "그곳에 깊은 외상을 입은 사람들을 버리겠다는 것은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가자 주민들도 삶의 터전을 떠나지 않겠다며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가자시티 주민 아프메드 알하토는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울 것이며 절대 가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 무하마드 알바트니지 역시 "가자는 우리의 것"이라며 "그 누구에게도 가자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주민 사미아 아파카위는 "소말리아는 매우 가난하고 황량한 지역"이라며 "우리가 얼마나 가자를 사랑하고 애착을 갖는지 알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상이 얼마나 진전된 계획인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역내 (다른) 지역의 훨씬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서 새롭고 근대적인 주택과 함께 이미 재정착했을 것"이라며 '역내' 재정착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가자 주민의 이주지로 요르단과 이집트 등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텔레그래프에 가자지구 주민의 이주 목적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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