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선물하는 초콜릿
'사랑하는 '나'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
밸런타인데이(2월14일)의 의미가 확장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 그리스도교 성인 발렌티누스가 황제의 허락 없이 혼인성사를 집전한 죄로 순교한 날에서 기원한 밸런타인데이.
이후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과 선물을 전하며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셀프 기프팅'(Self-gifting)부터 직장 동료, 친구 또는 반려동물과 초콜릿 등을 나누는 문화가 퍼지고 있습니다.
오늘(7일) 현재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셀프 기프팅을 인증하는 게시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평소엔 사지 못하는 고급 초콜릿, 밸런타인데이에만 출시되는 한정판 디저트 등을 구매하거나 초콜릿 이외에도 목걸이 등과 같은 액세서리를 자신에게 선물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4일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 모(23) 씨는 "초콜릿을 꼭 연인에게만 주라는 법 있나? 갖고 싶었던 초콜릿 선물 세트가 있는데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23년 미국 시장조사기관 서카나가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9%가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직접 샀다'고 답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리(義理)초코'를 전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있습니다.
직장 상사나 동료 등에게 감사의 의미로 의리상의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문화가 점차 확산하고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제공하기도 하며 동료끼리 작은 간식을 나누며 친목을 다지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2년 차 직장인인 이 모(27) 씨는 "밸런타인데이에 동료들과 초콜릿을 주고받으면 팀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지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동료들에게 나눠줄 초콜릿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려견에게도 선물합니다.
초콜릿에 포함된 성분인 테오브로민은 강아지에 치명적이라 반려견이 초콜릿을 먹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에 강아지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밸런타인데이 반려견 전용 디저트가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해 반려견 유치원과 미용실 등에선 반려견들을 위한 파티를 열거나 기념 촬영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가치관 변화와 맞물려 이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미이즘'(Meism, 자기중심주의)이 확산되면서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정착됐다"며 "밸런타인데이에도 이러한 흐름이 반영돼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문화'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성 교제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큰 비용이 들어가는 등 여러 가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방안으로 셀프 기프팅 문화가 급부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밸런타인데이의 본래 의미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류스펜나'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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