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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재파일] '하늘에서 내려주신 대통령'…윤비어천가에 담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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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늘에서 내려주신 대통령'…윤비어천가에 담긴 비밀
지난 2023년 12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 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취임 후 쉼 없이 달린 수많은 날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당신이 보여준 넘치는 사랑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 필요한 곳에
언제나 당신이 함께했죠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
존경을 담아 축복해

해피 벌스데이 투유
사랑하는 대통령님,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으로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노래가 익숙하실 겁니다. 뮤지컬 '렌트'에 나오는 'Seasons of love'라는 노래의 멜로디에 맞춰 가사를 바꾼 것입니다. 원곡의 가사는 '52만 5600분의 귀한시간들 우리들 눈앞에 놓인 수많은 날'인데, 왜 가사가 바뀐 걸까요? 경호처 창설 60주년 행사라 60주년을 표현할 것일까요?

이 노래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SBS 유튜브 채널에 있는 이 노래의 음원을 들으며 취재파일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동료 생일 때 이렇게 안 하나?" 경호차장 반박에…'윤석열 찬양곡' 풀버전 들어보니 (현장영상) / SBS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주신 대통령"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노래가 울려 퍼진 행사는 공식적으로 대통령 경호처 60주년 창설 기념행사였습니다. 경호처 창설일은 12월 17일인데, 2023년 12월 17일은 일요일이었던 탓에 평일인 18일에 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의 생일도 이 행사가 열린 12월 18일입니다.

경호처는 창설기념행사와 더불어 윤 대통령을 위한 '생일 파티'를 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윤 대통령을 위한 생일 축하곡으로 경호처 직원들이 직접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윤 대통령을 위한 '맞춤 노래'를 만들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입니다.

경호처 창설기념 행사, 윤 대통령 헌정곡

우선 노래 첫 소절부터 나오는 의문의 시간 84만 5280분을 날짜로 계산하면 587일입니다. 이날 행사로부터 587일을 거슬러 올라가면 2022년 5월 10일,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84만 5280분'동안 '오로지 국민만 생각'했다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노래입니다. 생일 축하 노래라곤 하지만, 노골적인 찬양 가사가 가득합니다. 윤 대통령 헌정곡을 넘어선 '윤비어천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투표로 뽑힌 것이지, '하늘에서 보내주신' 것은 아닐 겁니다.

경호처 직원들은 생일파티가 열리기 최소 1주일 전부터 이 노래를 구상하고, 전문가들을 섭외해 음원을 녹음했습니다. 악기 연주와 가창 전문가들을 섭외해 노래를 편곡하고 녹음한 뒤, 행사 당일엔 직접 직원들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비밀스럽게 진행된 이 행사 준비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준비 과정에서 최소 수백만 원 이상이 쓰였다는 것. 그리고 경호처 직원들을 경호처 공식행사가 아닌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동원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친구 생일 파티 안 해줍니까?"


경호처의 비밀 생일파티를 취재하면서, 축하 노래 음원 녹음에만 최소 300만 원 이상이 쓰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경호처는 행사 1주일 전, 서울 강남의 한 녹음실에서 음악 전공자 10여 명을 섭외해 음원을 녹음했습니다. 이날 녹음실에는 경호처 직원이 참관해 녹음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녹음 과정에서 전공자들에게 '비밀 유지 서약서'를 쓰게 하고, 노래 악보엔 '대한민국', '대통령'과 같은 행사 성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어들을 지우기도 했습니다. 경호처에서 이 음원 녹음을 준비하면서 보안을 유지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생일 경호처 헌정곡 제작

행사 당일 경호처 직원들은 이 음원에 맞춰 대통령에게 직접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이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주관 하에 현재 경호처 차장을 맡고 있는 김성훈 당시 기획관리실장이 기획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저희 보도가 나간 다음날,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출석했습니다. 이 노래가 화제가 됐던 만큼, 김 차장의 '체포영장 방해 혐의'와 더불어 '생일 축하 노래'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김 차장은 저희 취재 내용과 반대되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2024년 1월 17일)

Q. 업무와 무관한 대통령 생일 등에 경호처 직원 동원했나요?
A. 동원한 적 없습니다.

Q. 생일 축하 노래까지 만든 것은 사적 유용으로 보지 않나요?
A. 여러분은 친구들이 생일 축하 파티나 노래 안 해주나요? 업무적인 것을 떠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우리가 책상 옆 동료가 생일이어도 그렇게 해주지 않나요?

Q. 노래 제작에는 세금이 안 들어갔나요?
A. 세금 들어간 적 없습니다.

김 차장은 대통령 생일에 직원을 동원한 적도 없고, 노래 제작에 세금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업무를 떠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며 생일 파티와 관련된 논란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음원 녹음을 위해서만 최소 300만 원 이상이 쓰였고, 행사 당일엔 경호처 직원들이 직접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경호 업무가 아닌 이런 업무를 해야 하느냐'며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이 내용에 비춰봤을 때, 김 차장의 반론은 사실과 달라 보입니다.
 

"세금이 들어갔어도, 안 들어갔어도 문제"

김성훈 경호처 차장

김 차장은 노래를 만드는데 세금이 들어간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 300만 원이 넘게 들어간 (반주 녹음과 편곡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측되는) 음원 제작엔 어떤 돈을 썼다는 말일까요?

김 차장 개인의 돈이나 직원들의 사비를 썼다고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법률전문가들에게 문의했는데, 이런 행위가 청탁금지법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돈이나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더라도 노래를 만들어 불러주는 것도 선물로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300만 원이라는 생일선물로서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금액'이 쓰였습니다. 그리고 이 선물의 대상은 경호처 직원들의 인사권자인 대통령입니다. 본인의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개인 사비를 들여 생일파티를 준비한 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 차장의 반론과 달리 경호처의 예산을 썼다고 하면 세금을 통해 이런 일을 벌였으니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북한인 줄 알았다', '종교지도자를 찬양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SBS 보도를 보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경호처에서 윤 대통령의 생일파티를 비밀리에 기획하고, 노골적인 찬양 가사를 담은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대체 왜 경호처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셨을 겁니다.

경호처 내부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직원들의 과잉 충성이 이런 문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 경호처 관계자는 기존에도 경호처는 상관에 대한 충성이 조직의 미덕으로 여겨진 곳은 맞지만, 지난 2022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호처장에 취임하면서 특히나 이런 충성심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털어놨습니다. 소위 '김용현 라인'이라 불리는 김성훈 차장 등이 이번 생일파티 논란처럼, 경호 업무가 아닌 다른 외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대통령을 모시는 기관으로서 기본적인 경호업무와 더불어 '심기 경호도'도 중요한 업무는 맞지만,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취임 후 도가 지나친 심기 경호가 이어졌고,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할 것들


김건희 여사의 생일에 김 차장이 고급 외제차량을 동원한 생일 파티를 기획했다는 내용을 저희가 보도한 이후 경호처의 생일 축하 노래와 노골적인 찬양 가사, 경비단 사병까지 동원한 생일 파티 장기자랑 등 관련 의혹의 실체가 계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최근엔 경호처가 생일 파티에 군 장병과 간호장교도 동원하고, 행사에 참여한 경찰관 47명에게 1인당 30만원씩 제공했다는 내용도 폭로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비밀리에 펼쳐진 생일파티까지 '84만 5280분'의 시간동안 경호처 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과도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어떤 행사가 이뤄졌고, 또 거기엔 어떤 돈이 얼마만큼 쓰였는지 여전히 밝혀질 것들이 많습니다.
 

대통령 '사병 조직' 오명 벗으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다음 날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입구가 버스로 막혀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관저를 경호하는 경호처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창설 후 61년간 은밀하게 운영되던 대통령 경호처는 이번 12.3 비상 계엄 사태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차벽을 세우거나 인간 띠를 구성해 체포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모습을 국민들이 지켜봤고, 심지어 이 과정에서 무기를 들고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을 막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직의 충성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발현되며 경호처가 대통령의 '사병'이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선 경호처 폐지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독립기관인 경호처를 경찰 산하 경호국으로 두자는 것인데, 이처럼 경호처가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로 지금의 조직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겁니다.

존폐의 기로에 선 경호처가 대통령 사병 조직이라는 오명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선 내부 문화부터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 대통령 경호처의 표어입니다. 경호처 내부에 'ooo라인'이 존재하는 한 충성과 명예 가운데 단 한 가지도 지켜내지 못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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